‘오바마 쿠바방문 이벤트’ 못마땅한 크루즈-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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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주자들 엇갈린 반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카스트로 정권을 정당화해주는 선택으로 미국과 쿠바 모두의 미래에 치명적이다.”(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도착했는데 라울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는 공항에 나오지도 않았다.”(도널드 트럼프·70)

20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 땅을 밟은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행보’에 대해 공화당의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화 정책이 1959년 1월 공산혁명에 성공한 뒤 집권한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90)과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85)의 ‘형제 독재’를 사실상 인정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카스트로 형제가 자행한 인권 탄압도 눈감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바계인 크루즈 의원의 날선 비판의 이면에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쿠바 바티스타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붙잡혀 옥고를 치렀고 미국으로 탈출했다. 크루즈 의원은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명인들이 포함된 수행단과 함께 쿠바 수도에서 라울과 그의 심복들과 어울릴 것”이라며 “그러는 동안 정치범들은 지하 감옥에서 고통받으며 ‘당신들 뒤에는 아무도 없다’, ‘세상은 당신들을 잊었다’는 메시지만 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쿠바 인권·국민화해위원회(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1141명, 1월에는 1447명이 정치적인 이유로 구금됐다”며 “쿠바의 자유는 독재를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쿠바의 ‘의전’을 문제 삼았다. 그는 트위터에서 “라울 카스트로가 교황과 다른 이들은 공항으로 영접을 나갔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선 안 그랬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외교장관이 영접한 건 외교적 결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바마의 쿠바 포용정책을 반대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쿠바와 재협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대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카스트로 의장이 공항에 나오는 건 사전에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쿠바 측은 월요일 아침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만나는 행사를 공식적인 환영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정책을 지지하는 쪽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방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20일엔 트위터에 “미국은 건전한 판단에 기반을 둔 외교 정책을 통해 반복되는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신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오바마#쿠바방문#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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