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화려한 외출’… 쿠바 땅 밟은 美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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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만의 방문… 임기말 ‘외교 이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20일 역사적인 쿠바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찾는 것은 역대 두 번째로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은 2014년 12월 발표한 양국 국교 정상화에 화룡점정을 찍고 이란 핵협상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이어지는 임기 말 외교 업적을 과시하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도 “대화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인 미셸 여사와 딸 말리아 사샤, 장모인 메리언 로빈슨과 함께 쿠바 수도인 아바나에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도착하는 것으로 2박 3일간의 쿠바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카스트로 의장이 마련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대(對)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비롯해 양국 관계 정상화 추진 상황과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정치범 문제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쿠바의 실질적인 개혁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첫 대중 연설을 갖고 “쿠바의 미래는 쿠바 국민들의 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인권 개선과 자유 확대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18일 사전 브리핑에서 “쿠바 국민들이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당국의 반대에도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반체제 인사들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쿠바 사회 개방을 위해선 인터넷망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버라이즌, AT&T 등 미국 대형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을 이번 방문에 동행시켜 현재 4% 안팎에 머물고 있는 쿠바 내 인터넷 접속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재개된 우편 서비스를 통해 16일 쿠바 여성 일레아나 야르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양국이 공통의 가치를 강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쿠바 커피를 한잔 할 시간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쿠바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는 찬성하나 갑작스러운 개혁, 개방이 체제 혼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어 양국 간 넘어야 할 걸림돌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쿠바는 체제와 사상을 크게 바꿀 의사가 없는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자칫 단순한 관광 행사로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도 9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첫 쿠바 방문을 환영하지만 미국의 쿠바에 대한 내정 간섭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쿠바의 체제 변화를 모색하는 미국의 정책은 반드시 매장되어야 한다”며 “쿠바에 반대하는 미국 언론의 공격은 종식되어야 하며 쿠바 국민에 대한 영향력을 늘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미국#대통령#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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