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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교육인증원]“교육시스템 통째 바꿔야 한국의 성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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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교육인증원]“교육시스템 통째 바꿔야 한국의 성장 가능하다”

고기정 특파원 입력 2016-03-21 03:00수정 2016-03-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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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맡은 유기풍 서강대 총장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능동적 인재 만드는 교육 실천”
《“기존 대학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교수가 남이 쓴 교과서를 갖고 강의해선 안 된다.”

그는 젊은 심장을 가진 개혁가였다. 강단 위가 아닌 강단 밑의 시각으로 대학 교육의 위기를 진단하고 고민했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사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교육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15일 서강대 총장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교육의 위기’를 강조하는 배경은….

“현대 사회는 산업화 시대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정보기술(IT) 혁명에 기초한 지식기반사회에 도달해 있다. 교수가 교과서를 보고 말하는 지식은 학생들이 언제라도 스마트폰으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교육은 남이 해놓은 것을 다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의 방식과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무크(MOOC·대규모 개방형 온라인 강의)로 인해 대학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필리핀에서도 하버드대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아직 한국 대학이 버티고 있는 건 언어장벽 때문이다. 미국의 재교육 시스템인 마이크로칼리지(Micro College)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을 배우고 싶으면 대학 4년 과정이 아닌 1년 집중과정의 마이크로칼리지에 다니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대학 체제가 유지될 수 있겠나.”

흔히 한국 대학의 위기를 신입생 감소 등에서 찾지만 유 총장은 IT 혁명이 몰고 온 대학과 사회의 간극 붕괴를 근인(根因)으로 꼽았다.

―교육의 위기와 공학교육인증은 어떻게 연결되나.


“미국 올린공대는 이론 교육 후 실습을 하는 게 아니라 1학년부터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먼저 수행(Project Base Learning)하게 하고, 나중에 이 프로젝트에 적용된 이론을 교육함으로써 물리 수학 역학 등이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 깨닫게 한다. 공학교육인증제도 또한 창조경제를 선도할 창의적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제도로서 강의 중심, 이론 중심 교육을 지양하고 협동학습, 팀학습을 통해 구성원 간 지식 공유 및 창출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과학 수학 등 기초교육 강화, 팀워크와 의사소통 등 소프트스킬 배양, 전공교육 강화를 통해 기초가 튼튼한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배양을 통해 수동적 인재보다 능동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올린공대는 1997년 매사추세츠 주 니덤에 설립된 사립대다. 이론교육 중심에서 탈피해 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며 이론을 깨치는 방식의 ‘하면서 배우는(Do Learn Policy)’ 교육으로 유명하며 매사추세츠공대 등과 함께 최고의 공대로 평가된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공인원)의 역할을 더 설명해 달라. 공인원이 설립된 지 17년이 됐다. 공학교육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교육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나.


“공인원은 실무능력 배양 위주의 교과 과정과 자율적 프로그램 개선을 도모하는 인증 시스템이다. 2007년 워싱턴어코드 정회원 가입, 2008년 서울어코드 설립 주도, 2013년 시드니어코드, 더블린어코드 정회원 가입을 통해 한국 공학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현재 국내 180개 기업에서 사원 채용 때 공학교육인증 졸업생을 우대하고 있다. 물론 대학은 사내직업훈련원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알아서 배출하기란 불가능하다. 대학에서 4년을 배워도 기술과 사회가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초역량과 실무역량을 골고루 갖추게 하는 게 중요하다. 공학교육인증은 기존 이론 중심의 공학교육에서 벗어나 캡스톤디자인 등 설계교육을 도입했고, 기초과학과 수학 등을 강조함으로써 학생들의 기초역량을 높여왔다. 아울러 학과별 특성에 맞는 교육목표를 설정하도록 해 졸업생의 역량과 기업이 원하는 역량의 차이, 즉 ‘스킬 미스매치’도 상당 부분 해소했다. 공학도들의 팀워크 능력과 리더십, 소통능력 등 소프트 스킬을 갖추는 데에도 공헌했다.”


―워싱턴어코드 등 각국의 공학 학부교육 인증단체와 적극 교류하고 있는데….


“공과대학 졸업생이 갖춰야 할 졸업생 역량, 회원기구의 인증 관할 범위 조정 등 다양한 이슈를 논의한다. 특히 이런 활동을 통해 공학교육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시키고 있는데, 이는 인증 과정을 거친 공대 졸업생들이 초급 엔지니어로서 국제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의 역량을 갖췄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공인원이 워싱턴어코드의 정회원이기 때문에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한국의 대학을 졸업한 해외 유학생은 워싱턴어코드 회원국 어디서나 자신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유 총장은 외계와 에너지 및 물질의 교환이 이뤄지는 ‘열린계’와 그 반대 개념인 ‘고립계’로 한국의 교육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사회와 학계가 각각 고립계였지만 지금은 서로 통합되고 있다. 기업이 대학 교육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기업의 변화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필요한 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근원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학교육인증제도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장치 중 하나라는 게 유 총장의 신념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한국공학교육인증원#교육시스템#서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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