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언론 “트럼프는 입 싼 광대”… 日도 트럼프 공포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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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트럼프 열풍에 우려 확산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일으킨 ‘트럼프 열풍’이 엄연한 정치적 현실로 다가오자 그동안 입을 닫았던 중국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미국의 돈과 일자리를 다 훔쳐가는 최고의 도둑’이라고 비난해 온 중국에서 반격을 시작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4일자 사설 ‘트럼프가 미국 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에서 “(트럼프는) 상스러운 막말을 일삼는 입 싼 인물”이라며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환추시보는 “그의 역할은 공화당 경선에 더 많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대였다. 이제는 광대가 다른 유망한 후보들을 쓰러뜨리고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비꼬았다.

신문은 서구 언론마저 그를 독일 나치 독재자 히틀러와 이탈리아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에 비교한다며 “미국은 다른 나라를 국수주의, 독재국가라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세계 평화에 반(反)하는 파괴적 힘의 원천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신문은 17일 기사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 상승은 미국의 보호주의와 고립주의가 높아가는 것으로 중-미 관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환추시보의 이런 공격은 트럼프가 중국을 ‘미국 국익의 적(敵)’으로 규정하고 막말을 쏟아낸 것과 관련이 깊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출마 선언문에서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는데도 워싱턴 정치인들은 아무도 이런 말을 안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중국이 불공정 무역과 환율 조작으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폭탄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며 ‘중국 때리기’를 계속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에서도 트럼프의 부상이 현실로 다가오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가 일본 정부의 외교 중심축인 미일안보조약과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총리 관저에서 외무성에 트럼프의 정책을 조언하는 브레인이 누군지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일안보조약이 불평등하다고 비판한 트럼프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에 방위비 부담을 더 요구할 수 있다”는 방위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그동안 대놓고 ‘트럼프 불가론’을 펴온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16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중국 경기 둔화 △러시아와의 신냉전 △유럽연합 붕괴 등과 함께 ‘세계 경제 위협 10대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미 대선 전문가인 앨런 리크먼 미 아메리칸대 명예교수는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에게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는 (세계가 우려하는) 그의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태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내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화당 주류의 ‘반(反)트럼프 기류’에 공개 경고장을 보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을 대표하고 있다. 그중에는 처음 투표한 사람이 많다. 내가 폭동을 주도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후보가 안 되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베이징=구자룡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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