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말 마케팅’ 효과 톡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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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미국의 선택]대세 굳힌 힐러리-트럼프
미디어 광고비 지출은 젭 부시의 8분의 1 수준

‘무명(無名)보다 악명(惡名)이 훨씬 낫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때부터 공화당 후보를 사실상 확정지은 15일 경선 때까지 이런 미디어 전략을 고수했다. 언론 비판이나 대중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화젯거리를 던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불법 체류자 전원 추방,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모든 무슬림 입국 금지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 정치권과 언론은 ‘트럼프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비판하지만 이 모든 게 트럼프의 미디어 전략이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1987년 출간한 ‘협상의 기술’이란 저서에서 이미 “미디어는 특이하거나 도발적인 논란거리를 좋아한다. 언론의 비판이 개인적으론 아프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유명하게 만들어 비즈니스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적었다.

그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도 “TV나 신문에 비싼 정치광고를 내지 않더라도 미디어가 원하는 논란거리를 제공하면 돈 한 푼 안 쓰고 나를 홍보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실증 분석자료를 토대로 “트럼프가 다른 후보에 비해 그런 식의 ‘공짜 미디어 효과’를 압도적으로 많이 누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월 말까지 선거광고에 1000만 달러(약 119억 원)만 썼는데 각종 방송과 신문,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18억9800만 달러(약 2조2536억 원)어치의 홍보 효과를 봤다.

중도 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경우 트럼프 광고비의 8배 이상(8200만 달러)을 썼지만 미디어 홍보 효과는 2억14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트럼프의 11.3%밖에 안 된다. NYT는 “트럼프는 기성 미디어의 시선을 끄는 발언을 하고 그 보도를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다른 후보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트럼프#막말#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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