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여행사 8곳 ‘똑같은 해외상품’ 비교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최대 40% 가격차이 ‘천차만별’

《 2년 전 120만 원짜리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중국을 여행한 강윤숙 씨(41·여)는 “비슷한 스케줄로 훨씬 싸게 다녀왔다”는 주변 사람들을 만난 뒤 기분이 나빠졌다. 다른 사람들과 숙박한 호텔, 체류 기간 중 먹은 식사의 수준 등을 비교해 봤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내국인 여행자는 1931만 명으로 해외 여행객 수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해외 여행객이 늘었지만 여전히 강 씨처럼 적절한 가격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는지 찜찜해하는 여행객이 많다. 》

10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여행 날짜와 항공편, 숙박시설 등을 동일하게 맞춘 상태에서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가격을 비교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조사한 2013년 기준 한국인 관광객 해외 송출 실적 상위 10개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여행박사 온라인투어 참좋은여행 롯데관광개발 내일투어 KRT 한진관광)에 지난달 29일 같은 여행 상품을 의뢰했다. 패키지여행은 업체마다 구성이 다를 수 있어 필리핀 세부로 떠나는 항공편(아시아나항공)과 숙박시설(세부 샹그릴라 리조트)만 공통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에어텔’ 상품으로 예약했다.

해당 지역 상품 자체가 없는 롯데관광개발과 한진관광을 제외한 8개 여행사가 제각각 다른 가격을 내놨다. 가장 싼 곳은 모두투어로 1인 기준 88만9000원이었고 가장 비싼 곳은 노랑풍선(124만9000원)이었다. 노랑풍선 측은 “필리핀 현지 항공을 이용하면 1인당 요금이 109만9000원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면 15만 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두 상품의 가격 차는 36만 원(40.5%)이나 됐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궁금해 세부 견적을 문의했지만 여행사들은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A여행사 관계자는 “상품 구성을 알려달라는 것은 호텔 예약가나 항공편 가격을 세부적으로 알려달라는 이야기”라며 “스마트폰으로 따지면 ‘부품별 가격을 알려 달라’고 하는 원가 공개 요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통상 여행지가 해당 여행사의 주력 여행지인지, 관계가 좋은 항공사를 이용하는지 등에 따라 이 같은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여행 전문가들은 같은 여행 상품이라도 여러 여행사에 문의해 비교하라고 조언한다. 설령 예전에 저렴한 상품을 이용한 적이 있는 업체라도 목적지에 따라 다른 업체보다 가격이 비쌀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항공권 값이 싼 시기에 예약을 하는 것도 노하우다. 몇 개월 전에 예약을 해 두는 ‘얼리버드’ 상품을 이용하거나 출발 직전에 ‘땡처리’로 파는 항공권을 사야 가격 폭탄을 피할 수 있다. 전혜진 한양사이버대 교수(호텔관광경영학과)는 “항공사의 가격 책정은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며 “같은 등급의 바로 옆 좌석이라도 예약 날짜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어 철저한 비교는 필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행상품의 가격을 소비자들이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자칫 여행 상품의 ‘원가 공개’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 시장의 경쟁을 침해하고 소비자들의 편익을 줄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격 차이가 나더라도 정부 당국이 여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최대한 소비자들이 여행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인 gain@donga.com·박재명 기자
#여행사#해외여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