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오는 길”… 그래도 떠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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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발칙한 유럽산책(빌 브라이슨·21세기북스·2008년) 》

대학생 때는 프랑스 파리로, 이탈리아 로마로 훌쩍 휴가를 떠나는 직장인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다. 나도 취직해서 돈을 벌면 얼마든지 유럽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을 가진 다음에는 마음이 바뀌었다. 주말에 집에서 쉬다가도 일이 생기면 출근한다. 어떻게 번 돈인데 일주일 만에 수백만 원이 깨지는 유럽여행이라니….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럽여행 책에 관심을 가졌다. 어느 지역이 멋있다는 관람평보다 솔직하게 유럽을 보고 느낀 책을 찾다가 만난 사람이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이다.

빌 브라이슨은 숙소와 교통편도 안 정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 노르웨이,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14개국 20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황당한 일들을 겪었다. 노르웨이어를 몰라서 변기 세척제를 빨랫비누로 오해해 옷을 빨았고, 숙소를 못 구해 비가 새는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는 까칠하지만 재미있게 유럽을 그려냈다. “프랑스 사람들은 줄서기의 의의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영국인들은 햄버거를 굳이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해서 먹으려 한다. 독일인들은 유머라면 아주 당혹스러워한다. 조심성 없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동차 발명에 절대로 참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식이다.

저자는 원래 기자였다. 미국인이지만 영국인 부인을 만나 영국에 정착했고 20년간 더 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에서 일했다. ‘발칙한 영국산책’부터 ‘대단한 호주여행기’ ‘나를 부르는 숲’ 등 여행 서적과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과학 교양서로 유명하다.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생각했다.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빌 브라이슨은 쉴 새 없이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글을 쓴다. 역시 여행은 떠나보지 않고서는 즐거움을 알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발칙한 유럽산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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