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청계천 책방]장수가 福? 돈없으면 毒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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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 돈 있고 건강하면 최고, 돈 없어도 건강하거나 아파도 돈 있으면 보통, 돈 없는데 아프기까지 하면 최악.” 은퇴 후 삶을 평가한 말이다. 해고되는 순간 중산층에서 추락하는 한국에서 노후는 공포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노후파산: 장수의 악몽’(NHK스페셜제작팀 지음·김정환 옮김·다산북스)은 큰 걱정 없이 노후를 맞을 것으로 믿은 일본 노인들의 참담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착실히 회사를 다녔고, 집도 있으며 예금과 연금도 준비했지만 노후에 파산은 막지 못했다. 몸이 아프거나,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거나 자녀가 취업을 못해 기대는 등 당초 계획에서 한 가지 요소만 어긋나도 파산에 빠졌다. “오래 살면 예금도 바닥날 테니 그 전에 죽어버렸으면 좋겠네요”라는 절규가 강 건너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공포는 일상에서 천천히 옥죄어 올 때 가장 치명적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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