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니 “트럼프는 사기꾼… 자질 없어” 트럼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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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 대선 앞두고 ‘내전’ 격화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이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는 공화당 주류 진영이 유례없는 막말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방의 신체를 언급하는 민망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 언론은 “공화당 내부에서 내전(內戰)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현지 시간)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유타대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반대’를 선언했다. 그는 “트럼프는 가짜이며 사기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그의 공약들은 트럼프대 졸업장보다도 더 가치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탐욕스럽고, 과시적이며, 여성을 혐오하고, 괴상하기 짝이 없는 삼류 연기자”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악이 선을 짓밟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의 (후보) 지명이 국가적 자살이 될 수 있다”며 “트럼프에겐 대통령이 될 기질이나 판단력이 없다. 유권자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008년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국가안보 이슈에 관한 트럼프의 지각없고 위험한 발언을 둘러싼 많은 우려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반(反)트럼프 진영에 합류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주류 지도자들이 대선 후보가 될 사람을 맹공격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한참 먼 데다 검증되지 않은 ‘막말 대장’ 후보로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공화당 내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트럼프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4년 전 대선 때 롬니가 내 지지를 받아내려고 애걸복걸했다”며 “그때 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면 롬니는 그렇게라도 했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처음으로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도 거론했다. MSNBC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당을 떠난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며 “나를 지지하는 수백만 유권자는 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 공화당 TV 토론에서는 트럼프와 경쟁하고 있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사이에 막말이 오갔다. 트럼프는 손을 들어 보이며 “이게 작아 보이냐. 이게 작다면 다른 어딘가도 작을 것이고, 장담하는데 나는 문제없다”고 했다. 최근 트럼프는 루비오를 향해 “키가 작다”고 놀렸고, 루비오는 그런 트럼프에게 “손가락이 짧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었다. 둘은 이날도 “꼬마 마코” “큰 도널드” 해가며 설전을 벌였다.

이날까지 벤 새스 상원의원과 마크 샌퍼드, 스콧 리절, 리드 리블 하원의원 등 모두 22명의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 보수 성향의 외교안보 전문가 60여 명이 트럼프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나 공화당 주류의 집중 포화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확고하다.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지역 가운데 루비오의 지역구인 플로리다 주와 또 다른 경선 주자 존 케이식 주지사의 지역구인 오하이오 주에서도 트럼프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정권 7년간 수권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부상할 동안 공화당 지도부는 뭘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논평했다. 2008년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존 F 리먼 전 해군 장군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최고사령관에 적합한가란 질문을 던지는 건 중요하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롬니#트럼프#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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