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트럼프 vs ‘공화당 적자’ 라이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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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수진영 거대한 충돌’ 조명

트럼프 대(對) 라이언.

도널드 트럼프(70)가 그의 말대로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겨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승기를 장악하자 아웃사이더 대선 경선 후보와 공화당 적자(嫡子) 간의 잠재적 갈등 관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스는 ‘거대한 충돌’이라는 제목을 달아 이를 조명했다.

지난해 공화당 지도부가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위스콘신)을 174년 만의 40대 하원의장으로 선출한 배경에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에 맞설 공화당의 의제를 벼려내라는 주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라이언 의장의 정책 비전은 트럼프의 공약과 크게 충돌한다.

라이언 의장은 의회 내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는 대표적 인사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자로 FTA에 반대한다. 라이언 의장은 낙태옹호단체 가족계획연맹(PP)에 대한 자금 지원 축소를 주장하고, 트럼프는 여성들을 돌보기 위해 PP의 활동을 지지한다. 라이언 의장은 사회보장 및 의료비 보조에 대해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공화당 정책의 설계자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같은 정책이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미국 내 자체 에너지 개발을 지지하고, 트럼프는 적극적인 군사 개입을 통해 이라크에 매장된 원유를 싸게 확보할 것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강제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라이언 의장은 선별 구제함으로써 그들을 공화당 지지자로 포섭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트럼프는 중립적 태도지만 라이언 의장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공화당의 전통적 입장을 고수한다.

반(反)트럼프 진영의 선봉에 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럼프는 공화당원이 아니다”라며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되면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공화당 컨설턴트인 케빈 매든도 “정상적인 여건이라면 당이 후보의 의제에 맞춰줘야 하지만 이 경우는 선두 후보(트럼프)의 의제엔 실체는 없고 수사만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정통파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라이언 의장이 중재 후보로 부상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트럼프로 줄서기가 이미 시작됐다. 대선과 함께 실시될 상하원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크리스 콜린스 하원의원(뉴욕)과 덩컨 헌터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네바다 주 승리 직후 트럼프 지지 선언에 나섰다. 현역 의원 중 최초다.

이들은 트럼프와 라이언의 교차점을 강조한다. 둘 다 전 국민적인 감세(減稅)를 주장하면서 현행 보건복지법의 개혁을 촉구한다.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둘 모두 강한 군대 양성을 주장하고 총기 소유권을 옹호한다.

트럼프는 1일 아이오와 주에서 시작해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 23일 네바다까지 4차례 경선을 통해 대의원 81명을 확보했다. 나머지 경선 주자 4명이 확보한 대의원 수를 모두 합친 것(44명)의 2배 가까이 된다.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해 필요한 대의원 수는 1237명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미국#대선#트럼프#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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