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의 법과 사람]두 경호실장 右병우 左기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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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안보 위기 상황에 대통령 비판하는 글을 써도 될지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쓰기로 했다. 위기 때야말로 참모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신(忠臣)과 양신(良臣)이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과 현기환 정무수석, 우(右)병우와 좌(左)기환은 박근혜 대통령의 충신들이다.

우병우는 2009년 박연차 탈세 수사가 운명을 갈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주임검사다. 검사장 승진에서 두 번 탈락해 한직으로 밀렸다. 절치부심했다. 짧은 변호사 개업 뒤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된 지 7개월 만에 민정수석이 됐다. 검찰 전성시대인 6공화국 때 정구영 민정수석 이후 최고의 실력자다.

정구영은 노태우 대통령 부부가 모두 믿고 아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대통령과 수석들이 저녁을 했다. 정구영이 웃으며 물었다. “각하는 육사 다니실 때 꿈이 뭐였습니까.” 대통령이 정구영을 쳐다봤다. 경호실장이 정구영을 꼬집었다. 그는 웃는 표정으로 답을 재촉했다. 대통령이 “당연히 참모총장이었죠”라며 미소 지었다. “검사들도 마찬가집니다.” 한 달 뒤 정구영은 검찰총장에 오른다.

나는 새를 떨어뜨릴 정도였지만 정구영 수석 때 인사 개입설은 없었다. 지금은 검찰 인사 때마다 ‘우병우 이름 석 자’가 화제다. 잘된 사람은 칭송하고, 물먹은 사람은 이를 간다. 과거엔 “장관과 친하다” “총장과 같이 근무했다”고 자랑했다. 최근엔 ‘우병우’ 이름만 들린다. 과거엔 민정수석과 친하다는 말은 금기였다.

압권은 보안정보를 맡는 국가정보원 2차장 인사다. 최윤수 2차장과 우병우는 동년배보다 2년 앞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재수생이 많은 서울대 법대에서 세 살 아래인 둘은 절친한 사이다. 사법시험은 우병우가 2년 앞. 국정원 내부는 이 인사로 멘붕 상태다. 30년 넘게 일한 간부들이 이 인사에 입을 다물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졸지에 핫바지가 됐다. 항간엔 우병우가 밀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작년 장관급 기관장 1, 2순위 후보가 민정라인의 검증을 거치면서 순서가 바뀌자 해당 부처를 관장하는 수석이 바로잡았다. 그런데 우병우가 다시 민정이 올린 대로 순서를 되돌렸다고 한다. 대통령의 신뢰에서 나오는 우병우의 슈퍼파워를 다른 수석들이 절감했다. 급기야 ‘우병우의 청와대’라는 희한한 말까지 나돈다.

민정수석은 돌격대 충신이 맡을 자리가 아니다. 바른말 하고 욕심이 없는 양신이 맡아야 한다. 여권 핵심에게 검찰 인사와 관련한 우 수석의 문제점을 말해줬다. 그러나 “돈이나 여자 문제가 나오지 않으면…”이라며 입을 닫았다. 대통령의 절대 신임을 뜻한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보낸 생일축하 난을 돌려보내 ‘삼고초란(三顧草蘭)’을 일으켰던 좌기환 역시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히 두텁다. 그가 끝까지 난을 받기를 거부해 이병기 대통령실장이 대신 수령했다. 두 수석은 힘이 세다. 원래 센 수석은 부드럽게, 약한 수석은 오히려 강하게 부처를 장악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지금은 힘센 두 수석이 너무 강성이라 ‘사정 경호실장’ ‘정치 경호실장’이라고 부른다. 진짜 경호실장까지 청와대에 3명의 경호실장이 있는 셈이다. 국정이 막히고 경직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안보 위기에 국정원장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니 참 딱하다. 박 대통령은 두 수석의 거취를 고민해야 할 때를 맞게 될 수 있다. 말로 하는 정무보다 칼을 지닌 민정이 잘해야 한다. 이런 경구(警句)를 들려주고 싶다. 칼을 조심하라. 칼에는 눈이 없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우병우#현기환#정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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