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험시장 진출 ‘간 보는’ 中자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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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보험사들 2월 넷째주 금융당국과 면담… ‘현황 의견청취’ 명분 내세웠지만
속내는 국내보험사 인수 여부 타진… 당국, 차이나머니 잇단 유입에 부담

막강한 자금력으로 국내 보험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계 금융 회사들의 국내 금융사 인수 작업이 본격화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7일 “대형 로펌을 통해 중국 보험회사 여러 곳이 한국 보험시장 현황 등과 관련된 당국의 입장을 듣고자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다음 주쯤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금융사들이 ‘한국 보험시장 현황에 대한 의견 청취’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들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ING생명 등의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면담을 청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주주 변경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 당국의 속내를 알아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보험시장에는 중국 자본이 빠르게 밀려들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매물로 나온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위해 중국의 대표 금융사들인 핑안(平安)보험그룹, 푸싱(復星)그룹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최근 모건스탠리를 주간사회사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시작된 ING생명에도 중국계 금융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시장에 나온 PCA생명, 올해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KDB생명도 이들의 관심 매물이다. 앞서 지난해 중국 안방(安邦)보험은 이미 국내 8위 생명보험사 동양생명을 인수하며 중국 본토 자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빗장을 열었다.

중국 금융 회사들이 이렇듯 한국 보험시장 습격에 나선 것은 보험사 인수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금융 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며 “또 자금이 풍부한 중국 회사들은 지금이 좋은 매물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보험사 인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 대형 보험사들은 2020년 2단계 국제회계기준(IFRS4) 도입을 앞두고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 때라 새로운 회사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

금융 당국은 “원칙적으로 중국 자본에 대한 차별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중국 자본의 잇따른 국내 보험사 인수 움직임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국내 보험사가 줄줄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을 때의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용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자본에 지나친 경계심을 가질 것 없이 안방보험 때와 마찬가지로 인수 기준에 따라 객관적 심사를 벌이면 될 것”이라면서도 “단, 한국시장 진입 후 영업 행태, 소비자 보호, 재무건전성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보험#중국자본#차이나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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