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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거나 허무하거나… 변종 슈퍼 히어로의 ‘끝판 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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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거나 허무하거나… 변종 슈퍼 히어로의 ‘끝판 왕’들

김윤종기자 , 이새샘기자 입력 2016-02-17 03:00수정 2016-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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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 - 日만화 ‘원펀맨’
하찮고 허무한 영웅의 시대가 오고 있다. 영화 ‘데드풀’의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맨위)은 악당들을 가차 없이 몰살시킨 다음 양손의 권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음미한다. 흡사 약에 취한 건달 같다. 일본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 사이타마는 단 한 방으로 악당을 물리치지만 너무 승부가 쉬운 탓에 허탈감에 시달린다. 멍한 표정, 구부정한 어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올댓시네마 제공·인터넷 캡처
할리우드 영화의 대세인 슈퍼 히어로물은 흥행 보장 장르다. 그동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완벽하게 타고난 히어로에서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처럼 결함을 딛고 성장하는 히어로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 히어로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풀’(18세 이상)과 국내서 TV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일본 만화 ‘원펀맨’은 변종 히어로물의 ‘끝판 왕’이다.

○ 데드풀: 하찮은 히어로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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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을 자처하는 해결사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위해 생체실험에 참여했다 불사(不死)에 가까운 재생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외모가 망가진 그는 여자친구 앞에도 나설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에게 남은 건 저질 유머감각과 복수심뿐이다.

데드풀은 히어로물의 모든 클리셰(전형적인 설정과 표현)를 역이용한다. 사람을 죽이며 살인 기록을 세고, 자살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곪아 터진 아보카도를 닮았다”는 외모는 눈뜨고 보기 힘들고, 히어로 집단인 엑스맨에 합류하라는 권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다른 히어로들의 영웅다운 행동을 대놓고 비웃고, 자기가 영화 캐릭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하찮은’ 악당이기를 자처하는 데드풀에 대한 관객 반응은 뜨겁다. 1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해 북미에서 나흘 동안 1억5000만 달러(약 1820억 원)를 벌어들였다. 역대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개봉 첫 주말에 수립한 최고 흥행 기록을 깼다. 세계 흥행 수입은 15일 현재까지 2억8210만 달러(약 3430억 원)에 이른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히어로물이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스케일을 키우거나 이야기를 변주해 차별화해야 한다. ‘데드풀’은 후자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드풀’의 제작비는 기존 히어로물의 절반 수준인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다. 외신들은 “앞으로 히어로물은 제작비를 줄이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며 ‘데드풀’의 성공을 조명하고 있다.

○ 원펀맨: 허무주의 히어로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은 대머리에 멍한 표정, 촌스러운 노란색 의상, 구부정한 어깨의 평범한 취업준비생 사이타마다. 악당과의 치열한 전투? 그런 거 없다.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스쿼트 100개, 10km 달리기를 하며 강해진 전투력 덕분에 단 한 방이면 모든 악당을 무찌른다. 그래서 ‘원 펀치 맨(One punch man)’, 원펀맨이다. 도덕적 의무감 역시 없다. 히어로 노릇은 슈퍼마켓 특가 세일이 끝나기 전에 후딱 해치우는 취미생활, 혹은 귓가에 웽웽거리는 모기를 잡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쪽(악당)도 준비한 게 있을 텐데…”라며 미안해하는 원펀맨, 사이타마를 보자면 허탈해진다. 허무 개그와 히어로물이 결합한 모양새다.

‘원펀맨’은 2009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연재를 시작한 뒤 3년여 만에 약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단행본 1, 2권은 미국에서 전자출판이 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만화책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는 9권까지 출간돼 현재까지 약 30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영웅다운 영웅, 영웅적 역할을 하는 인물을 찾기 힘든 시대”라며 “권력도, 경제력도 없는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운 일상성 강한 히어로물이 앞으로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윤종 기자
#데드풀#원펀맨#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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