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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 단독] ‘해임 논란’ 황상민 교수 격정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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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 단독] ‘해임 논란’ 황상민 교수 격정토로

조성식 기자 입력 2016-02-15 14:09수정 2016-05-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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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날 죽이려 작정…규정위반 인정하나 해임은 황당”
동아일보 ‘Magazine D’와 단독 인터뷰하는 황상민 교수. 사진/박해윤 기자
2월 12일 오후, 두터운 외투를 걸친 자그마한 사내가 어깨가방을 멘 채 광화문 거리에서 엉거주춤 서 있다. 모자를 푹 눌러쓴 탓에 긴가민가했는데 다가가보니 황상민(53) 교수가 맞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그는 우산을 쓰지 않았다. 방수가 되는 옷이라고 했다. 인근 찻집에 들어가 마주앉았다.

그는 포수에 쫓기는 새처럼 움츠린 모습이었다. 농담할 상황이 아니지만, “날씬해졌다”고 하자 “하루 500g씩 쫙쫙 빠진다”며 씁쓸히 웃었다. 연세대학교에서 해임된 사실이 알려진 11일 이후 언론의 취재공세에 시달린다는데, 변호사의 만류로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와 얘기하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진동음을 내뿜었다.

많은 언론매체가 그의 해임소식을 전하면서 이른바 ‘생식기 발언’ 파동을 곁들여 언급했다. 그는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 31일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해 “생식기가 (남자와) 다르다고 여성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 후보가 사회적 여성 역할을 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학교 측에서 나를 잡으려 작정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했다”고 억울해했다. 해임 사유는 겸직 및 영리활동 금지 규정 위반. 그는 “정치적 이유를 따지지 말고 이게 정교수를 해임할 만한 사유가 되는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요컨대 규정 위반은 인정하지만 해임은 지나치고 부당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른 배경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의 해임은 부당한 걸까. 그의 해명에 허점은 없을까. 명문대 스타교수에서 하루아침에 손가락질 받는 해직교수로 전락한 과정을 짚어보면서 우리는 교수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한편 교수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곱씹어보게 될 것이다.

학교 측이 말하는 그의 겸직은 민간연구소인 위즈덤센터와 관련된 것이다. 위즈덤센터는 2004년 황 교수 부부가 세운 주식회사 형태의 심리학연구소다. 학교 측에 따르면 황 교수는 이 연구소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실질적인 경영을 맡았다고 한다.

연구소 대표는 그의 부인이다. 그는 위즈덤센터를 설립한 동기부터 설명했다.
“10여 년 전 연구실 문제로 학교와 마찰을 빚은 적이 있다. 어느 날 문과대 교수실이 모자란다며 막무가내로 내 연구실을 비워달라고 했다. 사전에 아무런 얘기도 없이 인부를 보내 내 집기를 들어내려 하기에 ‘다음 학기에 비워주겠다’며 거부했다. 그랬더니 업무방해라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런데 그게 징계거리가 되나. 결국 징계는 안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외부에 연구공간을 마련할 생각을 하게 됐다. 그게 위즈덤센터다.”

▼연구소를 주식회사로 설립한 이유는?

“가장 간단하고 편하게 법인을 만드는 방법이다. 재단으로 만들기엔 돈이 부족했다.”

▼처음부터 상업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겠다. 용역 프로젝트 같은 것 말이다.
“처음엔 그런 게 없었다. 다만 연구원들 사이에서 용역을 따면 좋겠다는 기대는 있었다. 연구원 중에는 내 제자가 많았다. 박사과정 학생도 있었고 다른 학교 교수도 있었다. 내 연구주제가 대중심리이고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변화를 탐색하는 것이기에 언젠가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도 그렇고.”

▼대표적인 연구성과를 꼽는다면?

“월간 ‘신동아’에 3~4회 기고했던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 연구’가 있다. 그 전에 ‘노무현 대통령 이미지 연구’도 내놓았고, 노무현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연구도 했다.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라는 책이 그 결과물이다. 그밖에 한국사회 세대 문제나 트렌드 연구 등이 있다. 이런 연구는 용역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한 것이다. 외부 프로젝트 하나 수주하면 그걸로 1년 살림한다. 외부 지원금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즈덤센터는 내 연구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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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휴 및 연구이력’을 들여다보면, 외부 발주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다. 2004~2010년까지 진행한 것만 35건이다. 발주처도 다양하다. 기업, 정부기관, 시민단체, 의료기관, 언론사 등이다. 그 중 대통령비서실이 2차례(2004년, 2010년) 발주한 것이 이채롭다. 연구주제는 똑같이 ‘대통령 이미지에 대한 반응 유형 연구’. 2010년 이후 프로젝트는 공개돼 있지 않다.

▼제자들은 무보수로 일했나.

“용역 연구를 할 때는 보수를 지불했다. 외부에서 온 사람한테는 최소한의 연구비를 지급한 것으로 안다. 학생에게는 월 100만 원씩 주고.”

▼부인이 지급한 건가.

“그렇다. 돈이 없을 때는 집사람이 차입해 운영해왔다.”

▼주식은 부부가 나눠 가졌나.

“우리 부부를 비롯해 몇 사람이 보유했는데, 집사람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그걸 다 정리해 집사람과 우리 집 아이들이 나눠 가졌다. 주식이라 해봤자 5000만 원짜리를 나눈 거다. 그걸 회사라고 하는 것도 코미디다.”

▼자본금이 5000만 원이었나.

“그렇다. 집사람이 융자 내서 마련했다. 지금도 5000만 원이다.”

▼공간이 제법 넓지 않았나.

“어떤 분이 거의 공짜로 빌려줬다. 월세 100만 원도 안 받았다. 재작년 연말에 그 분이 비워달라고 해서 급하게 이사해야 했다.”
현재 위즈덤센터의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이다. 연세대에 따르면 학교 측이 황 교수의 겸직 사실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1월. 연구소 측에서 황 교수의 연구소 감사 겸직 승인을 요청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는 것이다. 무슨 영문일까.

“이사하면서 2010년에 법인등기가 말소됐다는 걸 알게 됐다. 3년마다 등기를 해야 하는데, 나나 집사람이나 그런 데 무신경하고 잘 알지도 못해 방치했던 거다. 그래서 새로 법인등기를 하면서 연구소 직원이 학교 측에 내가 감사로 등록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학교 측에서 ‘황 교수가 2004년부터 이사로 일해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나한테 곧바로 연락해 해명을 요구했다. 사실 난 그런 게 학교 허가사항인지도 몰랐다. 연구이사로서 월급을 받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겸직이라고 생각지도 않았고.”

▼규정을 몰랐나.

“몰랐다. 사외이사처럼 급여를 받는 경우만 겸직 신청을 하는 줄 알았다.”

▼급여를 전혀 받지 않았나.

“그렇다. 다만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쓴 건 없고 연구활동에만 썼다. 하여간 내가 쉽게 생각한 것 같다. 그건 내 잘못이다.”

▼한 달 평균 얼마나 썼나.

“100만~200만 원이다. 용역 규모가 큰 경우는 좀 더 썼다.”

그에 따르면 가장 큰 용역 프로젝트는 2013년에 수주했다. 1억 원짜리 두 건이었다고 한다.
“2012년 박근혜 후보 관련 발언 때문에 진행하던 큰 프로젝트 하나가 취소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 우리 연구소는 한동안 동면상태였다. 그러다 우리 부부가 잘 아는 어떤 기업인이 회사 내부 문제와 관련된 연구를 맡겼다. 1억 원짜리였다. 우리가 보통 1년에 수주하는 프로젝트를 다 합한 것보다 큰 금액이었다. 그걸 그 분이 그 해에 두 번 줬다.”

▼1억 원짜리를 두 번 줬다는 얘긴가.

“그렇다. 그 프로젝트를 2013~2014년에 진행했다. 2014년은 안식년이었다. 연구하느라 외국을 자주 다녀왔다. 학교 측에선 내가 그 해에 5000만 원을 썼다고 하더라.”

▼연구소 법인카드로 쓴 것인가.

“그렇다. 학교 측에선 그걸 영리행위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5000만 원이 많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외국 한 번 갔다 오면 몇 백만 원 쉽게 나간다. 연구원 서너 명씩 데리고 지방 다니며 인터뷰도 많이 했다. 같이 밥 먹는 데만 몇 십만 원씩 나온다.”

▼학교에 감사 등록을 신청한 건 부인의 실수인가.

“집사람이 아니라 연구소 직원이 새로 법인등록 하면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신청했던 거다.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나는 겸직 신청 자체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분명히 학교 측에서 걸고넘어질 것 같아서.”

▼그 전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나.

“사실 그 사건 나고 학교에서 무엇으로든 나를 걸지 모른다 생각해 긴장한 상태로 지냈다.”

▼2012년 박 대통령 관련 사건 말인가.

“그렇다. 그 사건이 났을 때 학교에서 나를 소환했다. 총장과 교무처장이 나를 신문하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사유를 묻자 이전에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끄집어냈다. 그래서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황 교수가 말하는 '이전 사건'은 박사과정 여학생이 관련된 성추행 의혹 사건이다. “사실이
아닌 일이라 학교 측에서 조사했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학교는 그 후 그 사건을 나를 공격하는 빌미로 삼았다.” 진짜 억울해서일까, 피해의식의 발로일까. 그는 자신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를 얘기를 자세히 늘어놓았다.

“‘김연아·박근혜 발언’ 실수 아냐”

대선 열기로 달아오른 2012년, 그는 ‘뜨거운 감자’였다. 박 대통령 관련 발언보다 먼저 논란을 일으킨 것은 ‘국민 영웅’ 김연아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해 6월 그는 채널A ‘쾌도난마’에 출연해 “김연아의 교생실습은 쇼”라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김연아는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취소했다.
“김연아 발언 때도, 박 대통령 사건 때도 학교 측은 그 사건으로 나를 몰아세웠다. 날 죽이려 든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 사건 때는 김성주 씨(당시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가 연세대를 찾아와 나의 사죄를 요구했는데 응하지 않았다.”
황상민 교수는 “규정 위반은 인정하지만 해임은 심하다”고 항변했다. 사진/박해윤 기자
▼당시 총장은 뭐라 하던가.

“나한테 e메일을 보내 ‘자중하라’고 했다.”

▼연구소 옮기고 나선 어떤 직책도 안 맡았나.

“당연히 안 맡았다.”

▼이런 사유로 해임된 전례가 있나.

“공과대 교수가 산학협력 기업체에서 급여를 받아 겸직 위반으로 해직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는 조교수다. 나는 정년을 보장받는 정교수이고.”(해직된 공과대 교수에 대해 연세대 측은 “조교수가 아닌 정교수”라고 밝혔다. 상자기사 참조)

▼주변에 사외이사 맡은 교수가 많나.

“대기업 사외이사 많다. 그런데 그 분들은 학교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황 교수는 “몇 년 전 교육부에서 ‘허가 없이 겸직하는 교수들을 다 조사해 견책 처분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며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비춰 봐도 해임은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법원은 겸직 위반으로 파면된 정대화 상지대 교수가 상지학원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에 앞서 교원소청심사위는 정직 1개월로 징계를 감경한 바 있다. 판결문엔 이런 내용이 있다.
“정 교수가 기업 이사로 근무하면서 교원의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했지만 교원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교육부가 주식회사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주식까지 배당받은 교수 3명에 대해 견책을 요구한 것과 비교할 때 정직 1개월은 균형을 잃은 징계다.”

황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일부 위원이 그의 연구실적도 문제 삼았다고 한다.
“내가 10년 동안 책을 10권 쓰고 논문을 20편 이상 썼다. 연세대 교수 평균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부총장이 징계위원회에서 나보고 ‘연구실적이 밑바닥’이라고 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뚜껑이 열렸다. 내가 쓴 책과 논문을 확인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말로 안 되는 거짓말로 나를 공격했다.”

징계사유 중엔 연구비 횡령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 프로젝트에 따른 수익을 말하는 것인가.

“학교 측 주장은 그런 프로젝트를 학교 연구처를 통해 받아야지 왜 위즈덤센터에서 수행하느냐는 것이다.”

▼학교 수익이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수행했으니 결과적으로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는 뜻인가.
“그러니 얼마나 코미디인가. 내가 학교에서 연구비 따오는 앵벌이도 아니고.”

근무태만도 지적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그의 항변.
“안식년인 2014년 일주일에 한 번만 학교에 나갔다. 그런데 그걸 두고 근무태만이라고 하더라. 내가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했다면서. 제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징계위원회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아, 이 사람들은 나를 잡으려 작정했구나’ 싶었다.”

황 교수는 지난 1월 29일 해임됐다. 공교롭게도 전임 정갑영 총장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황 교수는 2월 1일 우편으로 통지받았다.
“이 나쁜 자가 자기 떠나는 날 결재했다. 그렇게 해버리면 내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대학총장이 누군가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에게 e메일을 보내 ‘한번이라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응답이 없었다. 새로 부임한 총장과 부총장에게도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다. 역시 새로 취임한 학장은 만날 약속을 하고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학 측은 2월 2일 우리 과 교수들한테 e메일로 통보했다. 징계결정문에 우리 과 교수들이 나를 해임하는 데 다 동의한 것처럼 적혀 있기에 내가 (교수들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들은 이 일과 관계없다고 하더라.”

▼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았나.

“연세대 출신 교수들과 불편했다. 서울대 출신인 나를 싫어하고 경계했다. 그래서 가능하면 부딪치지 않으려 같이 있는 자리를 피했다. 징계위원회에서는 그걸 두고 학교일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성실한 근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년 이상의 학문적 성과를 일절 무시하고 정교수를 해임하려면 파렴치범 프레임이 필요했을 거다. 대학의 정교수는 공무원에 준하는 직업 안정성이 있다. 청소부도 이렇게 자르진 않을 거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여기면 이런저런 의심을 하기 마련이다. 그간 정부 쪽 사람들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건 없나.
“노코멘트 하겠다.”

▼경고 받은 적 있나.

“그런 건 조폭들이나 하지. 이번 정권 분들은 아주 세련되고 교양 있다.”

▼2012년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의도적이었나.

“아니다. 인용보도한 매체에서 짜깁기하는 바람에…. 여성대통령 얘기가 나왔기에, 박근혜 후보가 여성으로서 고통을 겪거나 역할을 했다고 보긴 어렵지 않냐고 말한 거다. 여성은 생식기가 아니라 사회적 성역할로 구분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언론에서 ‘박근혜는 생식기만 여성’ 이런 식으로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그 사건으로 난 사회적으로 죽는 경험을 했다.”

▼혹시 과 교수들 사이에서 왕따였나.

“비슷했다. 김연아 사건 이후 학교에서 찍히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자기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긴 듯싶다.”

▼김연아 관련 발언은 실수했다고 생각지 않나. 표현이 과하지 않았나.

“쇼를 쇼라고 했을 뿐이다. 교생실습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하는 게 쇼지, 교생실습인가. 그런 말 했다고 교수가 죽어야 한다면 죽어야지. 한국사회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그가 가방을 챙기며 마무리발언처럼 얘기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교수가 무슨 역할을 하고 대학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지 고민해왔다. 학원보다 못한 대학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가 삶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는 대중심리 분야를 연구했는데, 그게 빌미가 돼 해임당한 건 역설적이다. 교육부 지침에 비춰 견책 수준밖에 안 되는 사유로 정교수를 해임했다.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이 잔인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황상민 교수. 사진/박해윤 기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인간이 잔인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넋두리처럼 내뱉었다.

▼<인터뷰> 이호근 연세대 교무처장▼
“성실의무 위반 심각”
“보복성 해임 아니다”

2월 초 연세대 교무처장을 맡은 이호근 교수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황 교수의 주장과 다른 얘기가 꽤 있었다.

▼징계사유는 겸직 위반 하나인가.

“그게 메인이고 그밖에 몇 가지가 있다. 겸직에 따른 영리활동으로 생긴 문제들이다.”

▼황 교수의 영리활동은 위즈덤연구소 법인카드 쓴 것을 말하나.

“그 정도가 아니다. 황 교수는 2004년부터 거의 경영자로 활동했다. 학교도 일주일에 월요일 하루밖에 안 나오고.”

▼강의를 제대로 안 했나.

“강의는 했다. 월요일 하루에 몰아넣고.”

▼특정 해가 아니라 매년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나왔나.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교수도 출석부 쓰나.

“안 쓴다.”

▼그럼 어떻게 확인하나.

“동료 교수들이 옆에서 다 지켜보지 않나.”

▼동료 교수들의 제보나 확인이 있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황 교소는 연구이사였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부인이 연구소 대표인데 미국에 박사 공부하러 5~6년간 가 있었다. 거기서 어떻게 경영을 하겠나.”

▼겸직 위반으로 해임된 사례가 또 있나.

“지난해도 있었다. 공과대 교수를 같은 사유로 해임했다. 당사자가 교원소청심사위에 제소했는데 학교가 이겼다. 겸직하면서 영리활동했다고 다 해임하지는 않는다. 성실의무 위반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해임한다.”

▼그 교수는 기업에서 급여를 받았나.

“비슷하다.”

▼조교수가 아니라 정교수였나.

“정교수였다.”

그는 학교 측의 철저한 조사와 대비를 강조했다.
“해임하면 보통 교원소청심사위에 가고 행정소송도 낸다. 현재 공과대 교수와도 행정소송 중이다. 학교로서도 패하면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한다.”

▼지난해 법원이 겸직 위반 사유로 해임된 상지대 교수에 대해 징계 취소 판결을 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법률적 검토와 자문을 거친다. 대법원까지 가서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 해임한 것이다.”

▼징계사유에 연구비 횡령도 있나.

“명예훼손 소지가 있으니 공표할 수 없다.”

▼학생지도 소홀과 연구실적 저조도 포함됐나.

“연구실적 저조는 없다. 위즈덤센터를 경영하다보니 학교에 자주 못 나왔다. 교수회의 한 번 참석하지 않았다. 성실의무 위반이다.”

▼등기이사 재직 사실은 어떻게 파악했나.

“지난해 초 본인이 연구소 감사를 맡겠다며 겸직허가를 신청해 알게 됐다. 보통 2~3년인데 10년을 요구하기에 이상하다 싶어 조사해보니 2004년부터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영리활동은 용역 프로젝트를 말하나.

“그뿐 아니라 사람을 채용하고 봉급을 줬다. 경영활동 자료가 있다.”

▼당사자의 무지 탓일까.

“무지라 아니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였다. 몰라서 그런 거라면 해임까지 하겠나.”

▼황 교수는 이사 재직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학교 측에 연구소 감사 등록을 요청해 겸직 사실이 드러나게 한 이유가 뭘까.

“학교에서 조사 들어올 줄 알고 그럴 수도 있고…. 그 내막은 모르겠다.”

▼징계 시점이 묘하다. 전임 총장이 임기 마지막 날에 결재한 이유는?

“그것 때문에 오해도 받았는데 총장 교체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 비하 발언과 관련된 보복성 해임 아니냐는 추측도 하는데,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1년 가까이 윤리경영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 논의를 거친 후 교원징계위원회에서 결정했다. 단계마다 4~5차례 회의를 했다.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황상민 교수#매거진 d#이호근 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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