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삼국시대의 금동불, 韓中日의 문화를 잇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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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동불I/곽동석 지음/376쪽·2만8800원·다른세상

이 책을 보면서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의 일본고분 특별전에서 관람한 후지노키(藤の木) 무덤이 떠올랐다. 이 무덤은 고대 동아시아 문화의 전파 루트를 중국→한반도→일본 열도의 도식으로 보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금동 말갖춤 유물들은 단순한 이미테이션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한반도의 신라, 백제는 물론이고 중국 남북조의 양식을 골고루 취사선택해 자신들의 스타일로 소화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무덤을 조성한 6세기 후반에 이르면 정반합(正反合)의 창조적 변용이 일본 열도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불교 조각을 전공했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도 한중일의 금동불상을 심층 비교하면서 3국 문화 교류의 도식적인 접근을 탈피했다. 서기 6∼7세기 무렵 한반도의 금동불 제작 수준이 창조적 단계에 진입하면서 일본은 물론이고 불교 전래지인 중국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일종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인 셈이다. 예컨대 6세기 후반 중국 산둥 지역에서는 북위(北魏)풍의 삼존불상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유행한 금동일광삼존불(金銅一光三尊佛·하나의 커다란 광배를 배경으로 삼존불을 배치한 불상)이 종종 등장한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제작된 금동일광삼존불은 21개에 달해 산둥 지역보다 더 많다.

저자가 소형 금동불상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 무거운 석불(石佛)에 비해 비교적 가볍고 이동이 용이해 3국 문화교류의 매개체로 각광받았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고유의 불상 양식을 발전시켜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후속으로 나올 2편에 통일신라 이후 금동불에 대한 고찰을 담을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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