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21兆 앞당겨 돈풀기 역부족 ‘땜질부양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일호 경제팀 “재정 조기 집행… 車 개별소비세 6월말까지 인하”
세계 각국 충격 처방 비해 미흡

‘유일호 경제팀’이 출범 21일 만에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재정 조기 집행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주 내용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필사적으로 경기 부양책을 마련하는 데 비해 궁색한 카드라는 지적이 많다. 1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5% 급감하고 내수 침체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한국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3일 재정(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및 정책금융 조기 집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1조 원 이상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4월 이후에 쓸 나랏돈을 3월 말 이전에 미리 집행하고 세금을 깎아주면서 어떻게든 경기 침체를 막아보겠다는 게 정부의 포석이다.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해 말로 끝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5%→3.5%)는 올 6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한 재원과 수단을 총동원해 위축되는 내수와 수출 회복을 지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공언과 달리 이번 대책의 대부분은 기존 정책을 일부 확대하거나 기한을 연장한 재탕에 불과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조 원+α’의 재정 조기 집행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8조 원 조기 집행’에서 금액을 일부 늘리고 정책금융 등을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은 경기 부양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0.1%)를 도입한 일본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3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마이너스 금리 확대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런민은행은 1월 한 달 동안 250조 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3월 추가 양적 완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주요국들이 돈 풀기 무한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 재정당국이 이날 내놓은 재정 조기 집행과 소비 진작책은 규모와 실효성 모두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보강 카드도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소비 침체와 투자심리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재정 대응에 나서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과감한 통화정책과 기업 사업재편을 위한 입법조치 등 적극적인 정책들이 전방위적으로 결합해야만 구조적인 경기 추락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경기부양#땜질#유일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