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전용門, 일반인에 활짝… 무인심사대도 강한 힘 주면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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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2차례 밀입국’… 뚫린 대한민국 관문

뒤늦게 순찰 강화



인천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이 31일 탐지견과 함께 2일 전 폭발물이 든 종이상자와 아랍어로 적힌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화장실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뒤늦게 순찰 강화 인천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원들이 31일 탐지견과 함께 2일 전 폭발물이 든 종이상자와 아랍어로 적힌 협박성 메모지가 발견된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화장실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주말인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26번 게이트 앞 출국장. 하루 평균 8만여 명에 이르는 출국 인파가 X선 전신투시기가 설치된 보안검색장과 출국심사대를 모두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21일 새벽에 도착해 면세구역에서 기다리던 중국인 부부가 직원들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밀입국 통로로 이용한 이곳을 기자가 직접 돌아봤다.

대형 유리문으로 된 이 출국장 공항 상주직원 전용 출입문에 다가서자 센서가 반응해 자동으로 열렸다.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 접근해도 출입문이 저절로 열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열린 문 사이로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출국자의 여권과 신분을 확인한 뒤 도장을 찍어주는 출국심사대와 보안검색대가 한눈에 보였다.

중국인 부부는 야간에도 열리는 이 전용 출입문으로 들어간 뒤 출국심사대, 보안검색대를 거침없이 통과했고, 공항 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칸막이도 8분 만에 뜯어냈다. 이들이 밀입국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20분이 채 안 됐다.

그동안 중국인 부부는 바닥에 고정된 유리 칸막이를 공구를 이용해 뜯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손으로 칸막이 밑 부분을 흔들어 자물쇠와 경첩 등을 제거한 뒤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첩을 고정한 나사 2개는 길이가 3cm에 불과한 데다 칸막이는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열 때 설치된 뒤 낡은 상태여서 공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8분 만에 쉽게 뜯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기자는 2층 입국장으로 내려갔다. A에서 F구역(6곳)까지 유인심사대와 무인(자동)심사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이 가운데 베트남 환승객 N 씨(25)가 밀입국한 통로인 무인심사대는 사전에 등록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2개의 게이트를 통과해야 입국을 허용한다. 첫 번째 게이트(높이 80cm)는 여권을, 두 번째 게이트(높이 120cm)는 지문과 얼굴을 센서와 카메라에 각각 대면 유리문이 양쪽으로 열리는데, 이 유리문에 강제로 힘을 주면 경보음이 울리긴 하지만 열리게 돼 있다.

중국인 부부가 밀입국 통로로 활용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3층의 상주직원 전용출입문의 출입이 지난달 30일 제한돼 있다(맨위 사진). 베트남 환승객이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빠져나갔던 2층 입국장 A구역의 무인심사대도 폐쇄됐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중국인 부부가 밀입국 통로로 활용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3층의 상주직원 전용출입문의 출입이 지난달 30일 제한돼 있다(맨위 사진). 베트남 환승객이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빠져나갔던 2층 입국장 A구역의 무인심사대도 폐쇄됐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게이트 유리문 아래는 입국장 바닥과 20cm 이상 떨어져 있어 몸집이 작은 어린이는 누워서도 통과할 수 있어 보였다. 공항 관계자는 “신체가 끼여 부상하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강제로도 열 수 있게 설계됐다”며 “문을 강제로 열 때 울리는 경보음도 요란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무인심사대는 여행객의 신분과 적격 여부 등을 확인하는 출입국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천공항공사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억 원을 들여 설치했다. 관리와 운영은 법무부가 맡아 왔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72대 등 총 106대가 설치돼 있으며 법무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까지 160대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공항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터진 밀입국 사건은 법무부, 인천공항공사, 공항의 보안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 등 관련 기관 모두의 무사안일주의가 누적돼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의 보안이 이처럼 허술한 것은 서비스 평가 지표에만 극단적으로 목을 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에서 10년째 1위를 이어가고 있고, 이 평가의 주요 지표가 승객 출입국 시간 단축이다. 이 지표 점수를 올리는 것이 인천공항의 중점 목표가 돼 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공항#밀입국#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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