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손 떨거나 반응 속도 늦으면 뇌전증 의심해보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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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노인 뇌전증 환자

100명당 3명꼴로 발병 60세 이상 환자수 매년 증가
노화현상과 비슷한 증상 보여 ‘페람파넬’ 성분 신약 도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초고령사회에 돌입한다고 한다. 최근 주변에서는 90세를 넘어 100세까지 사시는 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인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노인성 질환도 역시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많지 않았던 질환이 급증하면서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뇌전증(간질)이다.

일반인이 흔히 ‘간질’로 알고 있는 병의 정확한 명칭은 뇌전증이다. 원인으로 뇌중풍(뇌졸중), 뇌종양, 뇌 감염, 뇌의 퇴행성 질환, 머리 외상이 꼽히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날 수 있다. 특별한 사람에게 생기는 게 아니라 의외로 쉽게 볼 수 있는 일반적 질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가 많이 퍼져 있다. 불치병이다, 유전된다, 전염될 수 있다 등이다.

뇌전증은 비정상적 신경세포에서 일시적으로 형성된 전류가 대뇌의 기능을 잠시 혼란시키는 병이다. ‘뇌전증(腦電症)’이란 이름도 ‘뇌에 전류가 흐르는 병’이란 뜻이다. 평소에는 정상적이다가 뇌 전류가 형성되는 20초∼2분 정도만 뇌 기능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다시 정상 상태로 회복된다.

이런 전류의 발생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수년간 한 번도 안 나타나거나 1년에 한두 차례 나타난다. 증세는 뇌 전류가 형성되고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 따라 아주 다양할 수 있다. 잠깐 동안 정신없이 주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 증세다. 이때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한다. 균형을 잡지 못하면 쓰러질 수 있다. 노인들은 뇌신경 세포손상 및 퇴행, 여타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뇌전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뇌전증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대개 노인들의 손 떨림, 기억장애 등을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들은 노인 뇌전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뇌전증으로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정신이 멍하거나, 반응 속도가 늦는 등 일반 노화와 비슷한 증상이 많다. 특히 한 팔을 흔든다거나,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떠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비슷한 증상이 있는 노인이라면 뇌전증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실제로 노인 뇌전증 환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뇌전증 환자 수는 매년 8% 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체 뇌전증 환자 증가율(2%)보다 높은 수치다. 특히 80세 이상 뇌전증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치매,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뇌전증 약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일부 뇌전증 치료제는 장기 복용할 경우 인지 저하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전문의의 정확한 처방과 약 복용 지시를 따라야 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뇌전증 약 부작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페람파넬’ 성분의 신약. 이 약은 기존 치료제와는 달리 신경 세포의 이상 흥분 현상을 억제하고 뇌전증과 관련된 뉴런의 과도한 자극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시험 결과 인지 저하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1일 2회 복용해야 하는 기존 약들과는 달리 하루 한 번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약 먹는 것을 잘 잊어버리는 노인들에겐 호재다. 뇌전증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약물 치료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필요할 경우 수술 등을 통해 완치할 수도 있다. 이번 설날에 부모님의 행동을 잘 관찰해 보자. 조기발견을 통해 뇌전증을 완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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