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1700명 노숙… 식품매장 동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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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 전국이 꽁꽁]제주도, 모포-빵-생수 긴급지원
울릉도 여객선 일주일째 끊겨

제주공항이 ‘난민촌’으로 변했다. 폭설과 강풍에 항공편이 대거 결항되면서 갈 곳 잃은 관광객이 공항에서 노숙을 선택한 것이다.

23일 밤 제주공항에선 1000여 명의 이용객이 종이상자를 깔고 모포를 덮은 채 잠을 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부분 “기상이 좋아져 비행기가 뜨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공항에서 기다렸던 관광객들이다. 이들은 제주시내 숙박업소도 잡지 못한 채 결국 공항 노숙을 해야 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모포 500장을 마련해 노인과 어린이 여성들에게 우선 제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500명은 종이박스를 깔거나 덮고 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항공 택배용 종이박스를 1만 원에 구입해 깔고 잤다’는 황당한 글도 올라왔다. 공항 내 편의점 2곳과 제과점 2곳의 진열대는 텅 비었다.

전 항공편이 결항된 24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낮 공항에는 5500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제주도는 항공편 결항으로 떠나지 못한 체류객 약 7만 명을 위해 비상대책을 운영 중이다. 승객들에게 숙박업소를 안내하고 밤을 새우는 승객들을 위해 공항 1∼3층에 매트리스 586장을 깔았다. 모포 550장과 이불 130여 채를 추가로 지급하고 빵 1만 개와 생수를 제공했다. 이날 밤에는 1700명 정도가 밤을 지새웠다.

항공편을 예약한 이용객들은 수수료 없이 취소가 가능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은 이번 항공편 결항으로 대체 항공기를 기다리지 않고 취소해도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천재지변에 의한 결항이라 보상을 받을 수는 없다.

울릉도에는 최근 6일간 13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여객선 운항도 일주일째 끊겨 육지로 나간 주민 1000여 명이 경북 포항 등지에서 여관을 전전하고 있다. 최수일 울릉군수도 미국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했지만 아직 울릉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울릉도는 원래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일단 주민들은 큰 혼란 없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신선식품이 동이 난 상태다.

한파에 전력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1일 최대 전력 수요가 8297만 kW로 종전 최고치인 19일의 8212만 kW를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 26일 전력 수요가 늘어나지만 전력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 등 한파로 피해를 본 지역은 보험금을 미리 지급받는 등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폭설과 한파로 피해를 본 보험 가입자에게 추정 보험금의 50% 이상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제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포항=이권효 기자
#한파#겨울#제주#울릉도#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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