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기준 만들때 勞도 참여… 고과 낮다고 바로 해고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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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지침 강행]

《 해고와 임금은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근로조건이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2대 지침의 시행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근로자로서는 “혹시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을 위한 지침은 아닌가”라는 의심도 든다. 반면 사용자들은 “해고와 취업규칙이 더 까다로워지고 어려워진 것 같다”고 걱정한다. 이에 정부는 “어느 한쪽에 유리하지 않은 공정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2대 지침의 모든 것을 Q&A로 알아봤다. 》

Q. 지난해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점을 받았다. 나는 바로 해고되나.


A. 점수가 낮다고 바로 해고하면 불법이다. 점수는 물론이고 기타 업무능력도 너무 낮아서 동료 근로자가 부담을 느낄 정도여야 한다. 또 평가가 공정해야 하고 교육훈련, 배치전환 등을 통해 능력이 개선되면 해고할 수 없다. 이런 절차 없이 해고 통보가 왔다면 부당해고다. 부당해고로 판단되면 일선 노동청에 신고를 하거나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면 된다. 그래도 회사가 해고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해고무효 소송을 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침만 잘 준수하면 소송까지 가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Q. 중소기업 인사·노무팀 직원이다. 평가제도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A. 회사가 자의적으로 평가 틀을 만들면 안 된다. 노동조합 또는 노사협의회나 근로자 대표와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가 평가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채 사측이 일방적으로 평가제도를 만들고 근로자를 해고하면 불법이다. 각 노동청에 의뢰하면 관련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Q. 사무직이라 실적이 명확하지 않다. 근무평정도 상대평가로 매겨지는데….

A. 노사가 협의해서 평가기준을 절대평가와 정량평가로 바꿔야 한다.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정성평가나 상대평가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일부 활용해야 한다. 다만 다수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운영하거나 여러 평가단계를 두면 신뢰성을 높이고 부당해고가 이뤄질 개연성을 줄일 수 있다.

Q. 1년 가까이 육아휴직 중이다. 복귀 후에 바로 해고당할까 봐 두렵다.

A. 노조 전임,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 출산 또는 육아휴직 등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는 해고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사용자가 이런 근로자를 1년 이내에 해고하면 처벌을 받는다. 특히 노조 활동을 이유로 평가를 일부러 낮게 주고 해고하는 행위 역시 엄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여전히 “일반해고가 노조 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Q.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가 소송당할까 봐 두렵다.

A. 정부는 지침만 엄격히 준수하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먼저 정년 연장 등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충분한 협의 없이 변경하면 불법이다. 임금피크제를 명분 삼아 동종업계 평균보다 임금을 너무 많이 깎아도 안 된다. 이런 조건이 모두 충족됐는데도 노조가 반대한다면 노조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불법은 아니라고 정부는 판단했다.

Q. 정부 지침은 법률적 효력이 없다는데 사실인가?

A. ‘지침’이란 공무원들이 법을 집행할 때 참고하는 ‘가이드북’으로 법적 효력은 없다. 다만 법과 판례를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노사 모두 참고 자료로 요긴하게 활용하면 된다. 그러나 노동계는 2대 지침에 대한 위헌소송이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지침을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침을 적용했다가 노조가 소송을 걸어 패소하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운영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고, 기업들은 큰 대가를 치렀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과 판례를 벗어나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에 노사 모두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침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Q. 2대 지침은 언제, 어떻게 시행되는가.

A. 본격적인 시행은 25일부터다. 고용부는 25일 전국 47개 기관장 회의를 개최해 지침을 배포하고 후속 조치를 설명할 예정이다. 2대 지침의 안착을 위해 현장을 돌며 교육, 점검을 하고 2대 지침을 악용하는 사례도 엄격히 단속할 방침이다. 2대 지침의 자세한 내용은 고용부 홈페이지(www.moel.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해고#인사고과#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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