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만명 피해… 추가소송 잇따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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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개인정보 유출 손배訴… 1심 “카드사, 1인 10만원씩 배상” 판결
5206명 訴… 법원, 카드사 책임 인정
유사소송 전국서 100여건 진행중… 서울서만 소송 참여 22만명 넘어

2014년에 발생한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카드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전국적으로 유사 소송 100여 건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이번 판결에 자극받아 새롭게 소송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는 22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카드사 고객 5206명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신용평가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상대로 낸 4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10만 원씩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카드사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법령상 의무를 위반해 고객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사상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로 꼽히는 이 사건은 KCB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 등 3개 카드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KCB 직원 박모 씨는 2012∼2013년 3개 카드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고객 개인정보를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에 저장해 광고대행업자에게 전달했다. KB국민카드 5300만 건, NH농협카드 2500만 건, 롯데카드 2600만 건 등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여기에는 이름 휴대전화번호 직장명 주소 신용정보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박 씨는 앞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카드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박 씨의 개인적인 범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카드사들도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5206명은 모두 합쳐 약 13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재산상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점, 카드사가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5억 원만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1억 건, 피해를 입은 개인만 해도 1700만여 명에 이르다보니 여기저기서 소송이 줄지어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만 유사 소송이 96건 제기됐으며 원고 수도 22만2561명이다. 이번 판결 소식을 전해들은 피해자들이 새롭게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는 손해가 발생한 것을 확인한 시점부터 3년이다.

이번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이흥엽 변호사는 “실제로 사무실에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의 경우 1인당 소송비용은 9900원(1개 카드사 기준) 수준이다.

집단소송이 잇따르면 카드사들의 배상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카드는 이미 102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걸려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을 모두 합하면 530억 원에 달한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에도 각각 354억 원, 34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있다. 3개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규모를 합치면 1200억 원이 넘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판결문을 송달받고 난 이후에 세부 내용을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줄소송으로 이어지면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희창 ramblas@donga.com·배석준·장윤정 기자
#개인정보#손해배상#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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