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르 신전 붉게 물들인 ‘차이나 머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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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우디 이어 이집트 방문

20일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접경 상공. 4대의 사우디 전투기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탄 중국국제항공(CA) 전용기를 호위하며 이집트 영공으로 접근했다. 이어 이집트 전투기 8대가 하늘에서 정렬한 채 다가가 호위하며 시 주석이 탄 비행기를 수도 카이로 공항으로 안내했다.

시 주석이 탄 비행기는 오후 5시 35분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국가주석의 이집트 방문은 2004년 1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이후 12년 만이다. 이집트 국영 TV는 시 주석의 도착 장면을 생중계했다.

시시 대통령은 공항에서 환영사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이집트와 아프리카에 중요하다”고 말해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 주석을 흐뭇하게 했다.

시 주석은 현지 신문 ‘알 아람’ 20일자 1면 기고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지닌 중국과 이집트 국민은 고대부터 육로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친근하게 교류하고 상호 이해를 돈독히 했다”며 각각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대 문명 발상지인 양국의 문명사적 유사성을 강조했다.

양국의 문화 교류는 21일 저녁 나일 강 중류 기원전 14세기 테베의 수도 룩소르의 룩소르 신전에서 열리는 수교 60주년 및 ‘중국 문화의 해’ 기념식에서 절정에 이른다. 룩소르 시내에는 시 주석의 사진과 오성홍기가 물결치고 행사장인 룩소르 신전은 “‘홍색의 중국 옷’을 입었다”고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전했다. 이집트는 1956년 아랍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시 주석은 시시 대통령과 민간 항공 및 전력 프로젝트, 새 행정수도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51개의 협약을 맺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한다. 중국은 이집트에 10억 달러(약 1조2100억 원)의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집트 의회 연설도 예정돼 있다. 법원 판결로 해산됐다 3년 6개월여 만에 문을 연 의회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하기는 처음이다. 이어 카이로에 있는 아랍연맹 본부에 들러 중국의 중동정책을 연설한다.

이집트 일정을 마친 시 주석은 중동 3국 순방의 마지막 목적지인 이란으로 향한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해외 정상이 이란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아파 성직자 처형으로 국교를 단절한 이란과 사우디 관계에 중재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시 주석의 중동 3국 방문으로 중국의 중동 문제 개입 의지가 확인됐다. 시 주석은 ‘알 아람’ 기고문을 통해 “중동이 불안하면 세계가 평안하지 않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는 것처럼 모두에게 통용되는 발전 방식은 없다”고 밝혔다.

환추시보는 이날 “시 주석의 중동 방문을 통해 아랍 현지에서 ‘동쪽을 보라(向東看)’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자신들은 아랍의 동쪽에 있고 미국은 서쪽에 있음을 빗댄 것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중국#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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