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거액 고의탈세, 실형 불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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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 회장 1심 징역 3년]
법원 ‘1358억 조세포탈’ 유죄 선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81)이 1심에서 검찰 기소 사실 중 절반 이상에서 무죄 판단을 받아내고도 결국 징역 3년의 실형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조 회장의 조세포탈 액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조세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 납세 의식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표현은 이런 재판부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재판부가 조 회장이 포탈한 것으로 인정한 세금 액수는 총 1358억 원이다. 우선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법인세 1237억9000만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 법원은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2003∼2012년 장부상 기재된 부실 자산을 대체할 금액을 정한 뒤 가공의 기계장치의 감가상각비를 기재하는 방법으로 분식 회계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분식 회계가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고려하면 조세 포탈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효성 그룹 임직원 등 229명의 차명계좌 운용 등을 통해 조 회장 개인이 120억1000만 원 상당의 조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포탈한 세액이 1358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고, 법인세 포탈은 회사의 다수 임직원이 동원돼 조직적 계획적으로 저질러졌다”며 “탈세가 무거운 범죄인 만큼 다른 유리한 사정을 고려해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당시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분식 회계, 조세포탈 범행을 어쩔 수 없이 저질렀다’는 조 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위법한 방법을 동원한 부실자산 정리가 조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유지 및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법원은 최근 기업인의 배임죄는 비교적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으며 조세포탈은 엄벌해 왔다.

그러나 홍콩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약 110억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와 상법 위반 혐의 중 일부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효성 법인카드를 이용해 16억 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은 약 50분간 진행된 선고 중 한 차례 방청석을 둘러봤을 뿐 두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조 사장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비록 법정 구속은 면했지만 실형 선고가 나자 조 회장은 충격을 받은 듯 10분 동안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임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법정을 나갔다. 조 회장은 2010년 담낭암, 2014년에는 전립샘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법정 밖에서도 그는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할 말은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효성#조석래#조세포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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