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먹고 버텨”… 內戰 6년 ‘시리아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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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산악마을 마다야에 긴급구호품… 2015년 7월 정부군 봉쇄, 비극 시작
“한달 보름전 먹은 식사가 마지막”… 주민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참혹’
2015년 10월이후 최소28명 굶어죽어… 유엔 안보리 열어 ‘긴급구호’ 논의

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트럭이 11일 시리아의 산악 마을 마다야에 도착하자 마을 입구까지 나와 기다리던 주민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안도와 슬픔이 엇갈리는 서러운 눈물이었다.

6년 동안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과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가 트럭 44대에 식료품을 싣고 인구 4만2000명의 마다야에 도착했다고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한 주민은 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슬픔과 행복, 공포 등 온갖 감정이 교차한다”며 “마침내 먹을 수 있게 돼 행복하지만 구호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무섭고 슬프다”고 했다. 주민들의 기아 참상도 전해졌다. 로아이 씨는 “한 달 보름 전에 한 식사가 마지막이었다”며 “가을까지 나뭇잎을 주식(主食)으로 연명했는데 겨울이라 이마저도 없어 얼마나 살지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카타르 국영 방송인 알자지라 등은 뼈만 앙상하게 남아 힘없이 누워 있는 시리아 주민들의 참상을 보도했다. 영양실조로 병원에 가도 의약품이 부족해 물과 약간의 소금 외에는 받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풀로 수프를 만들어 먹고, 당나귀는 물론 개와 고양이까지 잡아먹으며 버티고 있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50km 떨어져 있지만 물자 부족이 심각해 1L들이 우유가 무려 300달러(약 36만3000원)로 치솟았고 밀가루도 1kg에 120달러를 줘야 겨우 구할 수 있다. 국제의료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 마을에서 영·유아와 여성, 노인 등 최소 28명이 굶어 죽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수백 명의 목숨이 위태롭다”고 지적했다.

마다야의 비극은 반군이 장악한 상태에서 지난해 7월 정부군이 마을 주변을 온통 에워싸면서 시작됐다. 반군과 정부군 모두 주민 이탈을 막기 위해 마을을 봉쇄하면서 구호물자는 10월부터 완전히 끊겼다. 유엔과 국제구호단체들은 시리아 곳곳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구호물품 반입은 국제사회의 요청을 시리아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국제앰네스티의 중동 책임자인 필립 루더 씨는 “정부군과 무장 단체들이 기아를 무기로 활용하는 바람에 시리아 전역에서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의 포아와 케프라야에도 긴급 구호품이 전달됐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마다야 구호 문제를 논의하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11일 열렸다.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시리아 평화회담에서도 주민 긴급 구호가 중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시리아#마다야#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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