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찬이의 로봇강아지에 생명이 있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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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의 비밀/조규미 글·김령언 그림/155쪽·9500원·해와 나무

표지가 장난감 상자처럼 보입니다. 상자 안에는 로봇 그림이 그려진 강아지 한 마리, 업그레이드 최강버전이라네요. 9.0 버전, 대단한 녀석이 등장할 모양입니다.

미래 어느 날, 주인공 찬이에게 9.0이 배달됩니다. 최신형 동물로봇의 관찰일기를 쓰라는 학교 숙제 때문입니다. 최신형일수록 진짜 동물과 흡사해집니다. 심장 소리, 배변 기능, 38도 체온 유지 등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진짜 동물을 키우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 미래입니다.

그런데 이 로봇, 좀 이상합니다. 사람 음식을 먹기도 하고, 상처에서 피가 나기도 해요.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인가? 리모컨의 배변 기능 스위치를 꺼 놓았는데도 여기저기 오줌을 싸 놓기도 해요. 불량인가? 로봇 강아지 이름을 ‘불량’이라 지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찾아왔습니다. 불량이가 정말 불량한 제품이라네요. 살아있는 강아지래요. 다시 데려간답니다. 이미 흠뻑 정이 들었는데요.

로봇은 동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이 책에서는 로봇과 생명체의 대비를 통해 생명 존엄성의 의미와 책임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로봇이 진화할수록 생명체를 닮는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현상입니다. 이미 우리는 완성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데 6.0이니 9.0이니 하는 업그레이드 버전이 최신이라는 건 인간의 욕심인지도 모릅니다.

로봇만 알던 찬이, 불량이 덕분에 생명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찬이에게 아주 적절한 숙제였네요. 불량이가 찬이에게 배달된 것이 로봇 회사의 단순한 실수였을까요? 이 숙제를 내 준 휴머노이드 로봇 선생님의 기획된 의도였을까요?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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