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안 비밀연행 의혹 홍콩 자치권 침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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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체제 비판’ 中 禁書판매 홍콩서점 관계자 5명 줄줄이 실종

중국에서 판매가 금지된 책을 많이 팔아 ‘금서(禁書) 서점’으로 불리는 20여 년 역사의 홍콩 유명 서점 관련자 5명이 줄줄이 중국 경찰에 연행된 이후 ‘실종’됐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인권과 언론 출판 자유 침해는 물론이고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도 위배되는 사건이다.

4일 홍콩 밍(明)보와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 등에 따르면 홍콩 섬 ‘코즈웨이베이(銅(나,라)灣·퉁뤄완) 서점’의 주요 주주인 리보(李波·65·사진) 씨가 지난해 12월 30일 저녁 창고에 책을 가지러 간 뒤 실종됐다.

리 씨의 부인은 남편이 실종 당일 저녁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에서 전화해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일찍 돌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 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리 씨가 홍콩을 떠난 기록이 없다고 밝혀 그가 중국 경찰에 비밀리에 연행된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앞서 이 서점을 소유한 출판사 ‘마이티 커런트 미디어(巨流 媒體)’의 대주주 구이민하이(桂民海) 씨, 서점 점장 린룽지(林榮基) 씨와 직원 2명 등 4명도 지난해 10월 둥관(東莞), 선전, 태국 등에서 자취를 감췄다. 보쉰은 이들이 선전으로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지난해 11월 보도했다. 이 서점에는 ‘장쩌민(江澤民), 시진핑(習近平)에게 대승을 거두다’ ‘2017년 시진핑의 대붕괴’ 등의 책이 진열되어 있다고 보쉰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실종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들이 중국 경찰에 의해 대륙으로 연행된 것으로 확인되면 홍콩의 자치권 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1997년 7월 중국에 반환됐지만 중국과 영국이 합의해 채택한 ‘홍콩기본법’에 따라 2047년까지 50년간은 군사·외교 분야 외에는 ‘항인항치(港人港治·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 아래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중국 경찰이 홍콩에서 사람을 체포해 대륙으로 데려가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떠한 중국 법 집행 기관도 홍콩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니스 쿽 입법회의원(국회의원 격)도 “중국 경찰의 연행이 사실로 확인되면 일국양제 원칙과 홍콩의 사법 독립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사회민주연선(LSD) 회원 등은 3일 홍콩 주재 중국연락사무소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고 유엔 인권위원회에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밍보는 “리보 씨가 영국 여권을 갖고 있어 구이민하이 씨의 딸이 영국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고 영국 경찰도 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해 이번 실종 사건이 중국과 영국 간에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공안#비밀연행#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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