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수도권-충청-PK서 1위… 호남은 안철수 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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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새해 특집/신년 여론조사]요동치는 대선주자 지지도

2017년 대선을 한 해 앞둔 새해는 본격적으로 대선 주자들이 약진을 시작하는 때다. 국민도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인지 대선 주자들의 깜냥을 살피기 시작한다. 현재 상당수 국민은 정치권 밖 인물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올해 말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 본격적인 검증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대안론’은 여전히 유효했다. 반 총장은 23.3%의 지지를 받아 유일한 20%대 후보였다. 지역과 이념 성향을 떠나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의원(13.7%)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일시적인 ‘컨벤션 효과’일지, 아니면 2012년 대선 당시 기존 정치권을 긴장시킨 ‘새 정치 신드롬’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안 의원이 도약하면서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약칭 더민주당) 문재인 대표(11.3%)와 박원순 서울시장(10.0%)은 주춤했다. 안 의원과 문 대표의 야권 주도권 경쟁 속에 박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12.4%)는 반 총장과 야권 후보들 사이에 낀 신세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서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 인식되면서 김 대표의 지지율은 요동친다. 반 총장을 여론조사 설문에 넣으면 지지율이 꺼졌다가, 설문에서 빼면 1위로 올라서는 롤러코스터 양상이다. 김 대표를 제외하면 뚜렷한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여권의 고민이다.

○ 반 총장 ‘여당 지지층’ 흡수

이번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은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26.7%)은 물론이고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서울(26.8%)과 경기 인천(24.1%) 등 수도권에서도 1위에 올랐다. 여권 관계자는 “반 총장은 지역색이 뚜렷하지 않은 충청권 출신인 데다 중도 성향의 이미지가 강해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도 반 총장 대안론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반 총장은 김 대표의 고향인 부산 경남에서도 20.1%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김 대표(18.3%)를 약간 앞섰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과 김 대표의 지지층을 상당 부분 끌어온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서 대선 주자 지지율은 김 대표(28.5%)와 반 총장(28.4%)으로 ‘정확히’ 양분됐다. 그동안 반 총장을 제외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던 김 대표가 이번 조사에서 3위로 처진 것도 새누리당 지지층이 반 총장에게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야권 심장부인 호남에서의 패권 경쟁

광주 전라 등 호남 지역에서는 야권 주자들이 앞서 있다. ‘안철수 신당’ 효과를 받고 있는 안 의원은 24.8%의 지지율을 얻어 호남권에서 1위를 기록했다. 더민주당에 등을 돌린 호남 민심이 안 의원 쪽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이 돌풍을 이어갈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설(2월 8일) 전후 창당 과정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원내교섭단체(20석)를 구성할 의석수를 확보하느냐가 1차 관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제1야당의 수장인 문 대표(15.0%)는 호남에서 박 시장(19.7%)과 반 총장(16.7%)에게도 밀려 4위에 그쳤다. 문 대표는 호남권을 중심으로 한 당내 비주류가 대표 사퇴를 요구하면서 고립무원 신세다. 더욱이 탈당 도미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지율을 반등시킬 카드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이념 성향별 지지도 조사에서는 여권과 야권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분포가 달랐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김 대표(24.6%)와 반 총장(22.1%)으로 지지가 나뉘었다. 진보 성향의 경우 반 총장(21.1%), 문 대표(20.7%), 안 의원(19.5%), 박 시장(18.5%)이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였다. 특이한 점은 반 총장이 보수, 진보 모두에게서 환영받은 인물이라는 점. 뒤집어 말하면 정체성이나 충성도 높은 지지층이 모호하다는 얘기도 된다.

○ 김무성 대표 외 여권 주자들은 지지부진

여권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은 지지부진했다. 김 대표를 제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3.2%), 김문수 전 경기지사(2.3%), 남경필 경기지사(1.7%), 정몽준 전 의원(1.1%)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다.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과 ‘야권의 패권 경쟁’ 속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 전 시장과 김 전 지사는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새누리당의 험지 출마를 수용해 야당세가 강한 지역에서 당선될 경우 차기 여권 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선 주자가 마땅치 않은 친박(친박근혜)계와의 연대설도 나온다. 김 전 지사는 대구 수성갑에서 더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과 맞대결을 펼친다. 대구의 ‘강남’으로 통하는 수성갑에서 김 전 의원을 꺾을 경우 대선 주자가 없는 대구 경북(TK)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다시 한 번 대권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대선주자#지지도#반기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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