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사태 6년만에 매듭… 티볼리가 1등공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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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소송 취하 등 勞-勞-使합의… 이사회 최종 승인

쌍용자동차의 해고 근로자들이 다시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이념’이나 ‘구호’가 아닌 ‘경영실적’ 덕분이었다. 올해 1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볼리의 판매 호조로 흑자를 눈앞에 둔 쌍용차 노사가 이른바 ‘쌍용차 사태’를 6년여 만에 매듭지었다.

쌍용차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쌍용차 노동조합과 잠정 합의한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의결하고 조인식을 열었다.

○ 6년 만에 해결된 ‘쌍용차 사태’

2009년 9월 쌍용차 노조 조합원은 강성 파업을 주도한 금속노조와 분리된 새 노조 집행부를 선출했다. 이 때문에 노조가 둘로 나뉘게 됐고 이날 합의에서도 두 개의 노조와 함께 협상이 진행됐다. 이번 합의안에는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가압류 취하 △유가족 지원 △쌍용차 정상화 방안 등 4대 의제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200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희망퇴직자 및 해고자 등이 입사를 원하고 회사의 인력 수요가 있으면 복직점검위원회를 거쳐 단계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복직 채용 대상자가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면 회사도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를 즉시 취하하는 데도 합의했다. 희망기금을 조성해 유가족 및 복직 대기자도 지원한다. 노사가 회사 경영 정상화에 상호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각종 집회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는 “3자 간 자율적 대화를 통해 그간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된 정리해고 문제를 6년 만에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 경영정상화가 결국 ‘해법’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폭력시위와 함께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의 개입, 중국 자본의 ‘먹튀 논란’ 등으로 한국 사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뤄진 쌍용차 사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노사문제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가 직원의 37%인 2646명을 구조조정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쌍용차 노조는 2009년 5월 전면 파업에 돌입해 77일간 경기 평택공장을 점거하는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대규모 충돌이 이뤄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야당과 사회단체들이 쌍용차 사태에 개입하면서 회사의 경영은 어려워져만 갔다. 재계에서는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불거지지 않았다면 훨씬 빨리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고 해고자의 복직도 빨라졌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쌍용차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판매 확대를 통한 경영정상화 노력보다 정치권이 요구하는 청문회와 국정감사 준비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최고급 세단인 ‘체어맨’은 최고경영자(CEO)가 타는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녔었지만 정리해고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해 판매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 역시 올 초 내놓은 소형 SUV인 티볼리가 지난달까지 4만 대 이상 판매된 영향이 크다. 쌍용차 사태 이후 회사는 일부 흑자를 냈지만 대부분 자산매각을 통해 이뤄진 성과였다. 하지만 올해 4분기(10∼12월)에는 2년 만에 신차 판매를 통한 흑자가 예상돼 이제야 경영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정리해고 이후 조속히 경영정상화가 됐다면 쌍용차 문제는 훨씬 빨리 해결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 ‘사회안전망’ 재점검해야

앞서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쌍용차를 매각한 것도 되돌아볼 대목이다. 쌍용차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2004년 채권단이 상하이자동차에 쌍용차를 매각할 때부터 중국 자본에 대한 노조의 불신은 컸다. 노조를 중심으로 기술유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2008년경부터 유가가 급격히 오르자 대형 SUV 중심의 쌍용차는 판매량이 줄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SUV에 대한 세제 혜택마저 없애자 판매가 급감했다. 쌍용차 측은 “당시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노조는 상하이자동차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어떠한 근무 단축도 반대해 경영이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결국 상하이자동차가 2009년 1월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에 대한 대형 인수합병(M&A)은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자본의 쌍용차 인수가 한중 산업교류의 선례가 될 수도 있었지만 경영 악화와 노조에 대한 불신이 겹쳐 중국 자본이 떠난 것”이라며 “이후 다른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역시 잇따라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영국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한때 자동차 강국이었지만 고질적인 노사분규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현재는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해외 기업에 인수된 상태다. 그러나 이후 노사관계가 합리적으로 조정됐고, 지난해부터 강성노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프랑스를 생산량에서 앞지르기 시작했다.

쌍용차 사태를 통해 한국의 허술한 사회안전망 역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폭력을 앞세운 쌍용차 사태는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당시 쌍용차 직원들이 생계 대책 없이 내쫓겨야 했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기업의 한 노무담당 임원은 “해직자에 대한 적정한 수당과 재교육이 이뤄지고 재취업의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면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대규모 폭력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았다”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박은서 기자
#쌍용차사태#티볼리#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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