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안 처리안해… 서민들 ‘고금리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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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앞둔 대부업법 개정안 무산… 1월 1일부터 금리상한선 사라져
기촉법도 일몰… 워크아웃 중단, 입법 지연에 민생경제 대란 우려

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 등 경제법안들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민생 경제에 큰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대부업체의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을 법적으로 막을 길이 일시적이지만 사라지고, 기업의 워크아웃 절차는 전면 중단돼 회생 가능한 기업들도 무더기로 부도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달 말 일몰(日沒)을 앞둔 기촉법 시한을 2년 6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마찬가지로 일몰이 코앞인 대부업법을 개정해 대출금리 상한을 34.9%에서 27.9%로 내린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국회가 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여야 간 정치 공방으로 공전(空轉)하면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달 들어 두 법안에 대한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 여야가 대치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법안들이 소위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차례로 거쳐야 한다. 또 31일 본회의 소집 여부마저 불투명해 사실상 연내 시행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 같은 국회 파행으로 인한 피해는 서민들과 기업들이 짊어지게 생겼다. 정부는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높게 형성될 경우 서민들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해 현재 연 34.9%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의 최고 금리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실패해 효력이 정지되면 이런 제한선이 없어진다. 대부업체와 캐피털업체들이 50%, 100% 등으로 금리를 무작정 올려도 이를 법적으로는 제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규제가 사라졌다고 해서 대부업체들이 당장 금리를 급격히 올리지는 않겠지만 업계는 중소 대부업체들을 중심으로 실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상당수 업체가 법정 최고금리(34.9%) 또는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10건 이상의 대출을 한 등록업체 40곳 중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모두 법정 최고금리(34.9%)를 적용한 업체가 27곳(67.5%)이나 됐다.

기업들의 혼란도 불가피하다. 기촉법의 일몰로 ‘워크아웃’ 추진이 불가능해지면 기업들은 자율협약과 법정관리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채권은행의 100% 동의를 얻어야 하는 한계가 있고 법정관리로 가면 신규 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국회의 법안 처리 지연으로 민생 피해가 우려되는 것과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임 위원장은 28일 기자단과의 송년간담회에서 “경제법안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누구나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라며 “여야 및 정부가 합의를 거쳐 조문까지 함께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 조치가 진행되지 않아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윤정 기자
#국회#법안#대부업#고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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