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뒤면 사상초유 선거구 무효… 예비후보 현수막 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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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지연 총선 대혼란

할 일 안하는 국회… 서민주거특위도 썰렁



12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이 썰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날 활동을 끝낸 서민주거특위는 전월세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됐지만 1년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할 일 안하는 국회… 서민주거특위도 썰렁 12월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이 썰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날 활동을 끝낸 서민주거특위는 전월세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됐지만 1년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큰일이네. 내년 1월 초 의정보고회 하기로 했는데…. 12월 넘기면 이제 못 하는 거 아냐?”

“혹시 그럴까 봐 나는 벌써 지역 순회 의정보고회 다 마쳤다니까.”

28일 국회 의원회관. 새누리당 A 의원은 같은 초선인 B 의원에게 의정보고회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거구 전면 무효’ 사태가 되면 지역구 활동이 ‘불법 선거운동’이 되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246개 선거구가 모두 사라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가 31일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하면 내년 1월 1일 0시부터 선거구 무효 사태가 현실화된다. 자격이 상실되는 예비 후보뿐만 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구가 없어지더라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 획정될 선거구의 유권자가 아니라 이전 선거구에서 뽑아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유의 상황에 대한 명확한 선거 관리 방침이 없어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3선 의원은 지역 선관위로부터 “선거구가 무효화되면 의정보고를 못 한다”는 잘못된 해석을 듣고 당황했다. 당초 예정된 22일에 국회 본회의가 열려 내년 1월 13일로 의정보고를 미뤘기 때문.

선거구 통폐합이나 분구가 예상되는 지역의 예비 후보들은 선거사무소 개소를 언제 해야 할지, 어디에 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예비 후보는 선거사무소 문을 닫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무소를 낸 동(洞)이 이웃 지역구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그는 “내년 총선까지 임차 계약을 해놓은 데다 새로 구하려 해도 목 좋은 곳은 다 차 있더라”고 했다.

통폐합이나 분구 예상 지역이 아니더라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연기하는 예비 후보들도 많다. 대구 달성군에 출사표를 낸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선거구 무효 사태가 발생하면 어차피 문을 닫아야 한다”며 “획정이 결정된 뒤 다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심 선거구 공백 사태를 반기는 쪽도 있다.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초반 레이스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후보들이 그렇다. 지역 활동을 하던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에 족쇄를 채우는 격이기 때문. 한 비례대표 의원 보좌관은 “경쟁하는 예비 후보의 선거사무소 밖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이 ‘눈엣가시’ 같았는데 선거구 무효로 당분간 철거하면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국구’로 어디에서나 의정보고회를 열 수 있다.

중앙선관위도 고민이 깊다. 현역 의원이든, 예비 후보든 “빨리 가이드라인을 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치고 있어서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 다양한 안을 검토, 논의하고 있다”며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어떻게 운영할지 30, 31일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선관위가 방침을 정한다 해도 선거구 공백 기간 동안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비 후보는 “비자발적인 이유로 자격이 상실된 예비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고발 조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 등으로 내년 총선에 등록한 예비 후보자 수도 19대 총선 때에 비해 30% 가까이 줄었다.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 31일 1054명이었던 예비 후보가 올해는 29일 현재 758명에 불과하다. 야권 예비 후보들의 혼란은 더욱 심하다. 새누리당 예비 후보는 475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은 172명으로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홍수영 gaea@donga.com·고성호·길진균 기자
#선거구#선거구 획정#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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