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들이 관람객의 자유로운 상상을 자극하길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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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홍주 개인전

아크릴화 ‘무제’(2014년). 국제갤러리 제공
아크릴화 ‘무제’(2014년). 국제갤러리 제공
동물 털가죽을 얇게 포 뜨듯 발라내서 캔버스에 붙여 걸어놓은 줄 알았다. 온통 희끄무레한, 뭐라 말 얹어 규정하기 난감해지는 색채와 형태의 이미지들.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한발 한발 더 다가서서 살피게 된다. 전시실 직원의 눈총을 피해 최대한 바짝 다가서 봤다. 언뜻 모피를 연상시킨 촘촘한 흔적은 가는 붓으로 하나하나 그린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통째로 모호하다. 이게 도대체 뭔가. 왜 이렇게 했는가.

내년 1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신작 13점을 선보이는 김홍주 작가(70)는 그 질문에 대해 “딱히 추상 또는 구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관람객의 자유로운 상상을 자극할 수 있기를 원할 뿐”이라고 답했다.

면 캔버스에 얇게 제소(gesso·애벌 처리용 흰 물감)를 바른 뒤 아크릴 물감을 얹어 대략의 형상과 색 바탕을 마련했다. 그 위에 돋보기를 쓴 채 세필을 쥐고 붙어 서서 특유의 질감을 더한 것. 가로세로가 1m를 넘는 작품은 완성에 두 달 정도 걸렸다. 김 작가는 “무엇을 그리느냐보다는 그리는 행위 자체, 붓으로 묘사하는 질감을 보는 이에게 최대한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전에는 꽃이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런데 갈수록 ‘현대 회화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남았나’ 회의감이 일었다. 붓 터치에 집중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업으로 인한 희열에 몰두하는 건 아니다.”

구석구석 세밀하게 다듬었으나 구체적인 정보는 캔버스 위 어디에도 없다. 어쩐지 익숙하게 여겨지는 몽롱함에 시나브로 젖어들 따름이다. 02-735-8449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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