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수민족 정책비판 佛기자 추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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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구르 탄광테러 파리와는 다르다”… 中발표 반박기사 싣자 사과 요구
“테러 옹호” 이유로 기자증 갱신 거부

중국의 소수 민족 정책을 비판한 프랑스 기자가 테러리즘을 옹호한다는 다소 생뚱맞은 이유로 중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몰렸다. 국제사회에선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논란이 거세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프랑스 시사잡지 로브스(L‘Obs)의 베이징 특파원 위르쉴라 고티에 기자(사진)에게 기자증을 재발급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과 압박을 받고 있는 고티에 기자는 “파리로 돌아가 중국 관련 기사를 계속 쓰겠다”고 말했다.

고티에 기자가 추방되면 2012년 ‘알자지라’ 방송의 멀리사 챈 기자가 중국의 불법 노동교화소인 ‘흑감옥’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가 추방된 후 3년 만에 외국인 기자가 추방되는 셈이다.

발단은 지난달 13일 파리 연쇄 테러 직후 중국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그의 기사였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9월 발생한 탄광 테러 사건도 테러 분자들의 소행이라며 중국도 테러의 피해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티에 기자는 같은 달 18일 기사에서 “파리 테러와 신장 테러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인권 기관 관계자들은 신장 폭력 행위가 위구르족 생활 전반에 걸친 무자비한 억압에 의해 한계에 몰린 젊은층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고 썼다. 중국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이었다.

그는 “특히 50명 이상의 한족 등이 사망한 9월 탄광 테러 사건은 소수인 위구르족이 다수인 한족으로부터 받아 온 학대와 불공평, 착취에 반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3차례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고티에 기자가 응하지 않자 매년 갱신해주는 외신 기자증 발급을 거부했다. 사실상 추방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고티에 기자는 1979∼1989년 베이징대 유학 등으로 체류하다 2009년부터 로브스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해 왔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고티에 기자가 민간인을 살해하는 테러리즘과 잔혹 행위를 지지하고 기사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며 “그는 더 이상 중국에서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6일 사설에서 “중국의 종합 국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서방 언론의 편견과 오만 등도 작용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를 편들었다.

로브스 측은 “테러리즘을 옹호한 적이 없고, 언론 자유를 지켜왔기 때문에 기사 문제로 사과하거나 어떤 위협을 받고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경 없는 기자회’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자들처럼 외국 기자도 통제하려 한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외신 기자 추방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신장 지역에 대한 보도를 중국 정부가 얼마나 민감하게 보고 있는지를 드러낸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소수민족#프랑스 기자#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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