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중도개혁” 깃발… 文, 영입 카드로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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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野 주도권 경쟁]安 “낡은 진보-수구 보수 극복”… 신당 기조 발표

“3040이 정치 중심돼야”



무소속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합리적 개혁노선’을 표방한 신당 기조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무소속 문병호 의원(안 의원 왼쪽)과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040이 정치 중심돼야” 무소속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합리적 개혁노선’을 표방한 신당 기조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무소속 문병호 의원(안 의원 왼쪽)과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야권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문-안 전쟁’의 화두는 ‘인재 영입’과 ‘혁신 정책’이다. 문 대표는 27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영입하고 ‘당명 교체’를 선언했다. 이른바 ‘안철수 지우기’다. 이날 안 의원은 ‘합리적 개혁’을 앞세운 신당 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각각 ‘마이웨이’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7일 “30, 40대 우리 사회의 허리가 정치의 생산자가 돼야 한다”며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 대신 ‘합리적 개혁 노선’을 정치의 중심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설(2월 8일) 전에 모습을 드러낼 신당의 청사진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을 각각 낡은 진보와 수구 보수로 규정하고 ‘중도 개혁’의 깃발을 들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1970년대 개발독재와 1980년대 운동권의 패러다임으로는 2016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양당 구조를 깨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안 의원은 신당의 4대 기조로 △공정 성장 △교육 혁신 △격차 해소 △튼튼한 안보를 내세웠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자신의 브랜드에 ‘증세를 통한 복지체계 보완’과 ‘교육시스템 개혁’을 덧붙인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여전히 구체성이 결여되고 모호하다”고 깎아내렸다.

안 의원은 이날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괜찮은 사람을 찾겠다”고 했다. 신당의 문을 열어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영입 인사 1호는 이에 걸맞은 새로운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안 의원 측에는 박선숙 전 의원 등이 물밑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장하성 고려대 교수, 김성식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지난해 창당 작업을 도왔던 인사들과도 접촉 중이라고 했다. 다만 신당 합류보다는 지지와 후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태규 실무준비단장은 새정치연합에서 장 교수 영입 추진설이 나온 것을 두고 “정치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 측은 충청 출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도 접촉했다. 정 전 총리는 아직 관심이 없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당 창당 실무준비단은 28일부터 서울 마포 일신빌딩에서 본격적인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준비단은 기획, 총무, 조직, 정책, 직능, 공보 등 분야별 팀을 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강정책, 당헌당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은 국민 공모를 거쳐 내년 1월 초 확정된다.

▼ 文, 새당명 후보 5개 공개… 安 색깔 지우기 ▼

새정치민주연합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은 27일 문재인 대표에게 “공천권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날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을 새 얼굴로 맞았다. ‘합리적 개혁 신당’을 내세운 안철수 의원에 맞서 자신이 직접 ‘인재 영입’을 챙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전날 울산까지 찾아가 정찬모 전 울산시의회 교육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가 영입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초 안 의원을 겨냥해 ‘영입 0순위’로 거론됐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장 교수는 완곡한 거절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문 대표와의 면담 자체를 고사했다고 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새로운 당명 후보로 ‘희망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민주소나무당’ ‘새정치민주당’ ‘함께민주당’ 등 5개를 선정해 내년 1월 새 당명을 결정한다.

당명 개정 작업을 진행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내가 전율을 느낀 당명은 ‘민주소나무당’”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난해 3월 합당한 새정치연합 명칭을 지우며 ‘안철수와의 결별’을 공식화한 셈이다.

당 내홍은 심화되고 있다. 문 대표의 ‘2선 후퇴’와 선거대책위원회로의 조기 전환을 요구한 중진 수도권 의원은 67명에 달했다. 당 소속 12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7명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각자도생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추가 탈당에 이어 분당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 중진 모임의 요구에 대한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전날 문 대표를 향해 “당이 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꽃가마 타고 (대표직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던 김한길 의원 측은 이날도 “문 대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차길호 기자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안철수#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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