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졸업 건설사 3곳 “신뢰·인재·애사심으로… 재기했다 전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구조조정 한파 이겨낸 비결

① 동양건설산업은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새도약 결의대회’에서 ‘파라곤’ 브랜드의 명성을 되살리자고 
결의했다. 동양건설산업 제공 ② ㈜건영은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더라빌에서 새로운 기업 비전을 소개하는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건영 제공 ③ 쌍용건설이 3년 만에 채용한 신입사원들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① 동양건설산업은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새도약 결의대회’에서 ‘파라곤’ 브랜드의 명성을 되살리자고 결의했다. 동양건설산업 제공 ② ㈜건영은 올해 4월 서울 강남구 더라빌에서 새로운 기업 비전을 소개하는 ‘비전선포식’을 가졌다. ㈜건영 제공 ③ 쌍용건설이 3년 만에 채용한 신입사원들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11년 6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양건설산업 본사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두 달 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날 새벽 창업주인 최윤식 회장마저 별세했기 때문이다. 구심점을 잃은 직원들은 크게 동요했다. 일부 직원은 정든 회사를 떠났고, 남은 이들은 약 4년간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속을 태워야 했다.

시련을 겪던 동양건설산업은 올해 4월 아파트 시행회사 EG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고 지긋지긋하던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하반기(7∼12월)에 약 26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현재 3996억8000만 원이었던 부채는 올해 3분기 1577억6600만 원으로 약 61% 감소했다.

건설업계에서 올해 4월 나란히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건설과 동양건설산업, ㈜건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침체와 기업 부채 증가로 혹독한 기업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법정관리를 성공적으로 벗어난 이들 건설 3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건설사는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핵심 인재들의 이탈이 가장 두려웠다는 것이다. 건설업의 특성상 주요 사업을 수주하려면 특정 자격증을 가진 인력을 일정 규모 이상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핵심 기술 인력이 이탈하면 시장 경쟁력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건영(옛 LIG건설)은 능력 있는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부동산개발회사 현승디앤씨는 법정관리 중이었던 LIG건설을 지난해 말 인수해 사명을 LIG건설의 모태인 ㈜건영으로 바꿨다. 새 주인이 된 이형수 ㈜건영 회장은 매달 1일 오전 일반 직원까지 참석하는 조회를 열었다. 전달에 회사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을 공개하고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소개해 조직 문화와 비전을 공유했다.

강력한 인센티브 제도도 과도기에 흔들리는 직원들을 다독이는 데 힘이 됐다. 윤중혁 ㈜건영 부사장은 “올해 6월 회사와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액만큼을 우수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기로 전격 합의해 능력 있는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을 독려한 결과 법정관리 졸업 6개월 만에 7000억 원의 수주를 달성했다. 애초 목표액의 2배 수준이다.

동양건설산업도 매주 진행하는 부서장 회의를 ‘소통 창구’로 삼았다. 지난해 10월 EG건설이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는데도 사내에는 다른 인수자가 나타났다는 루머가 돌았다. 회사는 임원회의, 부서장 회의에서 루머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공지하고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작전 세력들이 사모펀드를 만들어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등 방해공작이 있어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 인센티브-끈끈한 기업문화도 위기때 큰 힘 ▼

건설 3사의 재기 비결

경영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거래처가 불안해할 수 있고 우량 사업장의 매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자산이 약 1600억 달러(187조2000억 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투자청이 올해 1월 쌍용건설을 인수한 것도 해외 사업장을 각별하게 관리한 이 회사의 역량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김석준 회장이 법정관리 기간 주말도 반납하고 해외 발주처를 찾아 공사를 꼭 완료하겠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법정관리 건설사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동양건설산업도 법정관리 당시 63개였던 국내 사업장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해 협력사들의 신뢰를 얻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가족적이고 끈끈한 기업문화도 구조조정에서 재기하는 발판이 됐다. 쌍용건설은 2013년 2월 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 작업)에 들어간 직후 어렵사리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을 따냈지만 경영진 내부에서는 ‘회사가 어려운데 오지로 누가 파견을 가겠나’라는 회의가 커졌다. 하지만 막상 파견자 모집 공고를 냈더니 직원들이 너도나도 파견을 자청했다. 하종욱 쌍용건설 상무는 “회사가 어려워 사업이 엎어질 수도 있는데 오지의 공사판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직원들을 보며 감동했다”며 “덕분에 발주처에 ‘쌍용건설이 공사를 완료할 의지가 강하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법정관리#건설사#구조조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