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보호막 된 ‘난민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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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기간 2년동안 체류 가능하자 광주사무소 두달새 200건 몰려
최근 2년 900명중 2명만 인정
허위신청 브로커 개입… 수사 의뢰

일부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난민 신청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엉터리 난민 신청이 폭주하면서 정치·종교나 인종문제로 핍박받는 진짜 난민의 구제절차는 지연되고 있다.

20일 법무부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올 8, 9월 두 달 동안 베트남 출신 근로자 150명을 포함해 총 200명이 난민신청을 했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지난해 300명, 올해 600명으로 2년간 총 900명에 달했지만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이 두 차례 집단으로 난민 신청을 하는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광주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현재 베트남 출신 근로자 9명과 2명이 브로커 2명을 통해 각기 허위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앞서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허위 난민 신청을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파키스탄 출신 근로자 7명과 인도 출신 근로자 9명, 브로커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국적으로 불법체류 목적의 난민 신청이 급증하는 것은 2013년 7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이후부터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4년 10개월, 관광비자 외국인은 최대 90일 동안 국내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중 일부는 국내 체류기간이 끝나 불법 체류자가 되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 통상 2년 정도 소요되는 난민 심사기간 동안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의 한 외국인단체 관계자는 “일부는 난민 인정이 되지 않으면 행정심판과 소송을 내 5, 6년간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정부로부터 6개월 동안 한 달 평균 30만∼40만 원의 체류비용을, 행정소송을 내면 150만∼300만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을 각각 지원받는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그동안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1800명 정도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타 지역 거주 외국인들로 브로커에게 지불해야 하는 돈이 광주지역에선 한 명당 20만∼80만 원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몰려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난민 신청 브로커 평균 비용은 서울 500만 원, 부산 3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난민심판관은 1명에 불과해 폭주하는 신청을 제대로 심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주지역 인권단체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들이 난민제도의 허점을 알고 서로 신청하려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심사 지연 등으로 인해 진짜 난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난민 신청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인천 송도에 있는 난민 거주지처럼 심사기간 동안 보호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고려인 3000명이 살고 있는 광주고려인마을 관계자는 “정작 동포 3, 4세는 난민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비자 기간이 끝나면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돌아가 2, 3개월 머물다 다시 입국해야 하는 등 도리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불법체류자#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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