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원’ 모리뉴의 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첼시 감독 2년 6개월만에 불명예 퇴진

모리뉴 전 첼시 감독
모리뉴 전 첼시 감독
스스로를 ‘스페셜 원(특별한 사람)’으로 부르는 ‘자신감의 화신’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52)의 승승장구에 제동이 걸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는 17일(현지 시간) “모리뉴 감독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2013년 6월 첼시 사령탑으로 두 번째 부임한 모리뉴 감독은 2년 6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잉글랜드 출신 명장 보비 롭슨 감독의 통역을 하다 지도자가 된 체육교사 출신의 모리뉴 감독은 맡는 팀마다 우승을 이뤄내 ‘우승 청부사’로 불렸다. 첼시에서의 첫 임기(2004∼2007년)에는 두 번의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거침없는 독설과 감독의 권위를 강조하는 지도 방식으로 스타 선수들과 종종 마찰을 빚었다.

17일(현지 시간) 선수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식사를 한 뒤 경질된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오른쪽)이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채 차를 타고 훈련장을 빠져나가고있다.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17일(현지 시간) 선수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식사를 한 뒤 경질된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오른쪽)이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채 차를 타고 훈련장을 빠져나가고있다.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이번에도 모리뉴 감독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핵심 선수들과의 불화에 따른 성적 부진이었다. 지난 시즌 34골을 합작하며 첼시의 우승을 이끌었던 디에고 코스타(스페인)와 에덴 아자르(벨기에)는 이번 시즌 각각 3골과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코스타는 지난달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자 모리뉴 감독을 향해 조끼를 집어던졌다. 아자르 역시 태업 논란에 휩싸여 있다. 16위(승점 15·18일 현재)까지 순위가 떨어진 첼시는 18위 노리치시티에 승점 1점밖에 앞서지 못하고 있어 강등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선수단 장악에 실패한 모리뉴 감독은 15일 레스터시티에 패한 뒤 “선수들에게 배신당한 느낌이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모리뉴 감독의 해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모리뉴 감독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훈련장에 나오는 등 첼시를 계속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해임이 발표되기 몇 시간 전에는 선수들과 크리스마스 기념 점심식사를 했다. 그러나 그는 식사 후 구단 수뇌부와 가진 10여 분간의 미팅에서 해임 통보를 받았다. 시즌 내내 경질설에 시달리면서도 “나를 해고한다면 첼시는 역대 최고 감독을 쫓아내는 셈”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는 결국 ‘스페셜 원’ 문구가 새겨진 컵 등의 짐을 챙겨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첼시 관계자는 이날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 팀을 보호하기 위해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현지 언론들은 모리뉴 감독의 후임으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69)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9년에도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이 첼시를 떠난 이후 ‘소방수’로 투입돼 축구협회(FA)컵 우승을 이뤄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모리뉴#첼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