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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맞지만 비방 목적 없어”… 가토, 3시간내내 서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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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맞지만 비방 목적 없어”… 가토, 3시간내내 서서 들어

배석준 기자 , 신나리 기자 , 조숭호 기자 입력 2015-12-18 03:00수정 2015-1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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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케이 前지국장 무죄 선고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17일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해 11월 13일 첫 재판 후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1년 넘게 걸렸다. 현직 대통령이 피해자인 데다 한일 양국 간 외교 문제까지 걸려 있어 법원으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현직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첫 외국 언론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49)도 올해 4월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뒤 한일 양국을 다섯 차례나 오간 뒤에야 비로소 무죄 판결문을 받아 들었다.

17일 무죄를 선고하는 순간까지도 재판부는 ‘법 원칙’과 ‘법 감정’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법리적으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가원수에 대해 허위 사실을 보도한 데 따른 불편한 심기는 감추지 못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이날 3시간가량 벌을 서듯 피고인석에 서서 재판장의 판결 선고를 들어야 했다. 허리가 조금씩 뒤로 젖혀지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으며 이따금 책상을 손가락 끝으로 짚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재판장의 판결문 낭독이 1시간 40분쯤 이어지자 그의 변호인이 조심스럽게 “선고가 길어지는데 피고인을 앉히는 게 어떨지…”라고 건의했지만 재판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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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들으세요.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거나, 장애가 있거나, 병에 걸려 거동이 어려운 게 아니면 서서 듣는 게 원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 이동근 부장판사는 판결문 낭독을 시작한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토 전 지국장에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사에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비밀리에 접촉하는 정윤회 씨와 함께 있었으며,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 관계라는 소문이 존재하고 그 소문이 사실일 수 있다’고 암시하는 식으로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인으로 참석했던 정 씨 등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소문은 허위라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이어 “가토 전 지국장의 기자 경력,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하면 당시 소문 내용이 허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개인 박근혜의 행적이 대통령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그에 따른 사생활도 공적 관심 사안이 될 수 있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소문의 확산을 막으려 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썼고, 대통령이 긴급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고 수습에 전념하지 않고 사적 만남을 가졌다는 취지가 포함돼 박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다는 게 근거였다. 정 씨에 대해서도 불필요하게 실명을 공개했다며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 국민에게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된 이웃 나라 대한민국의 정치 상황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를 해하려고 기사를 쓴 게 아니라 기사 작성에 부주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선고 직후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놨다. 검찰 내에선 “항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피해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항소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가토 전 지국장은 법원을 떠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연한 판결이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무죄 결과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검찰은 처음부터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기소를 하는 게 민주주의 국가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최근 야스쿠니(靖國)신사 폭파 시도, 주후쿠오카 한국 총영사관 인분 투척 등 악재가 잇따른 상황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산케이신문 보도가 허위임이 명백해졌고 그간 이 사건으로 인한 부담이 제거된 만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외교부는 판결 직전인 15일 법무부를 통해 ‘최근 양국 관계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고, 18일 한일 기본조약 발효 50주년임을 감안해 선처를 호소하는 일본 측의 요청을 참작해 달라’는 공문을 재판부에 보냈다. 청와대는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았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조숭호 기자
#산케이신문#가토 다쓰야#세월호#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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