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끌어들여 中견제 나선 美… 4년만에 무기 판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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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남중국해 갈등 확전
美, 30년만에 함대함 미사일 개발… 中의 해상도발 사전대비 나서
中은 주민 1000명 거주 인공섬에 석유비축시설 건설 추진 맞불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올해 계속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이견만 확인한 뒤 양국 사이에 노골적인 견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중국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유도탄 장착 구축함 2척을 판매하는 것을 이르면 이번 주 승인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미 의회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판매하려는 구축함은 2척에 1억7600만 달러(약 2080억 원) 규모로 미 의회는 지난해 12월 페리급 구축함을 최대 4척까지 대만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한 바 있다. 실제 판매가 이뤄진다면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지 4년 만이다.

구축함 판매 보도가 나오자 주미 중국대사관은 논평을 내고 “미국이 대만에 어떤 무기라도 판매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미중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선 미국이 중국의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대만 간 양안 관계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활용해 대만의 군사력 증강을 측면 지원하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군사 굴기를 견제하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해군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30여 년 만에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이날 보도했다. 1월부터 주로 지상 고정물 공격에 써왔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함선 공격용으로 개조하는 데 착수해 몇 년 안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 미 해군은 항공모함을 통한 제공권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그간 함대함 전투력 강화에는 신경을 덜 썼다. 실제 미 해군의 함대함 미사일은 1977년에 실전 배치된 하푼 미사일이 유일하다.

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과 교전 상황이 벌어질 경우 압도적 우위를 확보해야 중국의 도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둥펑 DF-21D 탄도미사일과 YF-18 순항미사일 등이 항공모함을 타격해 미 해군의 제공권 우위를 상실하는 경우에 대비한 포석이다.

그런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남중국해에서 영역 확장에 골몰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 기업인 중국석유화학집단(시노펙)은 14일 남중국해 시사(西沙) 군도(파라셀 제도) 융싱(永興) 섬의 종합 부두에 2000m³ 규모의 석유비축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혀 베트남 등 인근 국가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융싱 섬은 하이난(海南) 성 싼사(三沙) 시 시청 소재지다. 싼사 시는 중국 정부가 2012년 7월 시사 군도와 난사(南沙) 군도(스프래틀리 제도) 등을 한데 묶어 만든 행정구역으로 주민 1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석화는 싼사 시에 속한 9개 섬과 암초에서 수년간 사용할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우선 3개월 내에 주유소를 건설하고 비축시설은 1년 안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여행사들은 2013년부터 융싱 섬 등 40여 개 시사 군도의 섬을 관광하는 4박 5일 여행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석유저장 시설 건설과 함께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대내외에 재차 확인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중국#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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