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농장으로 간 의학박사, 흙 위에서 건강을 외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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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의사에게 가르쳐준 것/대프니 밀러 지음·이현정 옮김/368쪽·1만8000원·시금치

저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다. 의사가 된 이후 건강과 치유에 대한 더 나은 접근법을 탐구해 왔다. 그가 보기에 복잡한 체계를 작은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 의학’은 충수염이나 요로감염처럼 한 가지 문제를 제거하면 건강이 회복되는 경우에 유용하다. 그래서 ‘진단하고 정복하라’라는 전략이 수백 년 동안 의학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건강은 복합적이고 역동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우울증, 불안, 당뇨, 피로감 등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한 가지 원인에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으로는 잘 낫지 않는다.

저자는 책에 농장, 양계장, 포도밭 등을 찾아가 자연 생태계에서 의학적 지혜를 얻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흙과 동식물이 질병과 해충으로부터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되찾는지를 관찰해 인체 치유를 위한 접근법을 찾는다.

워싱턴 주 주빌리 농장은 폐타이어와 콘크리트 덩어리가 뒹굴던 땅을 건강한 농장으로 바꾼 곳이다. 농장 주인은 자급자족의 생태순환 구조를 만들어 땅심을 회복시켰다. 풀밭에 풀린 소의 똥과 오줌이 땅에 풍부한 미네랄과 미생물을 공급하도록 한 것이다.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은 작물에 양분이 돼 면역력을 높이고, 해충과 잡초로부터 작물을 보호한다.

저자는 주빌리 농장의 원리를 자신의 환자에게 적용했다. 환자는 수백 가지 검사를 받고 이에 따른 처방을 받았지만 만성피로, 소화불량, 복통이 낫지 않는 환자였다. 저자는 환자의 장 속 미생물총(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 전체)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환자는 식단을 농장에서 바로 온 신선한 농작물로 바꿨다. 당근 양배추 사과 등의 겉잎과 껍질을 먹었다. 장내 유익한 균인 박테로이데테스와 악티노박테리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자 환자는 건강을 회복했다.

저자는 미주리 주의 한 목장에서는 아기 환자를 건강하게 키우는 법, 두 양계 농장에서는 직장과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상반된 증상을 보이는 두 환자의 스트레스 관리법, 방울뱀이 기어 다녀도 그대로 두는 와이너리에서는 식도암 환자의 암 치료법을 배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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