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세상에 이런 이름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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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요? 집에선 ‘개복치’ 학교에선 ‘몰라몰라’예요

몰라몰라(Mola mola)라는 특이한 학명을 가진 개복치. ⓒTrrithel(W)
몰라몰라(Mola mola)라는 특이한 학명을 가진 개복치. ⓒTrrithel(W)
커다란 몸집과 우스꽝스러운 생김새, 스트레스에 약한 성격으로 화제가 된 물고기가 있다. 우리는 그 물고기를 ‘개복치’라고 부르지만 영어권 나라에서는 ‘sunfish(선피시)’, 일본에서는 ‘マンボウ(만보)’라고 한다. 그러니 언어가 다른 나라에 가서 ‘개복치’ 이야기를 한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떠올릴 수 없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개복치를 떠올릴 수 있는 ‘마법의 이름’이 있다. 바로 ‘몰라몰라’! ‘몰라몰라’는 개복치의 학명이다. 학명을 정식으로 쓰면 Mola mola로, 이걸 그대로 읽으면 몰라몰라가 된다. 학명(學名)은 한자 뜻 그대로, ‘학술적인 이름’을 말한다.

예를 들어 ‘Homo sapiens(호모 사피엔스)’는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일컬을 때 쓰는 이름이다. 생물 분류의 가장 작은 단위인 속(Homo)과 종(sapiens)을 나란히 적어 둔 것이다. 마치 우리가 성, 이름순으로 성명을 표기하듯 말이다. 현재 살아 있는 생물뿐만 아니라 화석, 세균, 유전자, 광물도 학명을 갖고 있다.

○ 학명을 보면 ○○을 알 수 있다?


학명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다. 먼저 생물의 특징이나 생김새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까치의 학명은 Pica pica(피카피카)다. pica는 라틴어로 ‘이식증’을 의미한다. 이식증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마구 먹는 병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까치는 뭐든 먹어 치우는 흉포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Mola mola도 큰 돌과 비슷한 개복치의 생김새를 본뜬 것이다. mola는 라틴어로 ‘맷돌’을 의미한다.

생물이 처음 발견됐거나, 유일하게 사는 장소를 학명으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고유종의 종명에는 corea(coreana), korea(koreanus)가 들어간 단어를 많이 쓴다. 제주도, 한라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 지명도 종명에 많다. 이 밖에도 사람 이름을 학명에 넣기도 한다. 예를 들어 ‘kimi’라는 종명을 가진 생물은 대부분 김씨라는 성(Kim)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통 배우자, 자식, 은사, 존경하는 과학자 등 애정을 표하고 싶은 상대의 이름을 많이 쓴다. 예를 들어 수장룡을 포함해 수십 종에 달하는 생물은 ‘attenborough’라는 단어가 들어간 학명을 갖고 있다.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Sir David Attenborough)의 성(姓)을 딴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곤충류에 속하는 ‘키키키 후나’. ⓒJohn. T huber, John. S Noyes, J. Read(W)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곤충류에 속하는 ‘키키키 후나’. ⓒJohn. T huber, John. S Noyes, J. Read(W)
○ 재미있는 학명을 찾아라!

1977년, 말벌 연구를 하던 곤충학자 아널드 멩크는 호주에 사는 말벌 표본을 받았다. 멩크는 표본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받자마자 “아하∼!”라고 외쳤다. 아직 이름이 없던 작은 말벌의 학명이 그 순간 결정됐다. 바로 Aha ha(아하 하)로 말이다! 멩크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의 차 번호판에 박아 놓을 정도였다. 또 이상하고 웃기는 학명만 모은 논문을 1993년 만우절에 발표하기도 했다. 웃음소리와 비슷한 곤충 학명은 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곤충에 속하는 ‘요정파리(fairyfly)’의 한 종류인 Kikiki huna(키키키 후나)가 그 주인공이다. ‘kikiki’와 ‘huna’는 둘 다 이 곤충이 처음 발견된 하와이의 언어로 ‘작다’라는 의미다. ‘작고 작다’라니 의미도 참 재미있다.

1999년 당시 포스텍 생명과학부에서 일하던 남홍길 교수는 한국어 이름으로 세계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그는 다른 종보다 수명이 긴 애기장대의 돌연변이종을 발견했다. 애기장대는 노화나 장수 연구에 주로 쓰이는 한해살이 풀이다. 남 교수는 이 돌연변이종에 ‘oresara’라는 이름을 붙였다. 발음 그대로 ‘오래살아’의 의미다. 당시 발표한 논문에는 ‘oresara는 한국어로 장수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설명이 들어 있다.

김은영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gomu51@donga.com
#개복치#학명#키키키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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