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G 비리’ 점입가경… 검경이 밝힌 2013년 당시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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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증인 해외도피 시킨 의혹 백복인 사장 “잠깐 바람 쐬고 왔다고 해라” 진술 코치
檢, 민영진 세무조사 무마 청탁관련 서울국세청장 상대 확인작업

“(외국에서) 잠깐 바람 좀 쐬고 왔다고 (경찰에) 해라.”

KT&G 고위 관계자들이 2013년 당시 경찰 수사의 핵심 참고인이던 부동산 업체 N사 대표 강모 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뒤 한 발언으로 검경에 파악된 내용이다. 검찰의 칼날이 KT&G 전·현직 수장을 동시에 겨누고 있는 가운데 2013년 당시 KT&G의 세무조사와 경찰 수사를 무마하려 한 ‘물밑 작업’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2013년 4월 말 KT&G 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강 씨를 핵심 참고인으로 소환을 통보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강 씨는 KT&G의 서울 남대문로 호텔 신축사업의 용적률 상향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23억 원을 지급받았던 인물이다.

이 사실은 KT&G에 고스란히 곧바로 전달됐다. 경찰은 같은 해 5월 5일 경기 가평 P골프장에서 민영진 전 사장과 함께 있던 백복인 사장(당시 부사장)이 강 씨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때 백 사장이 강 씨에게 “일주일 정도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권유했다고 보고 있다. 이튿날 오전 강 씨는 곧바로 태국으로 출국했고, 출국 직전 백 사장과 통화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한 차례 귀국 일정을 연기했다가 같은 달 16일 귀국했다. 경찰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뤄진 대책회의에서 백 사장이 강 씨에게 ‘잠깐 바람 좀 쐬고 왔다고 해라’고 말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당사자 강 씨에게서도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

민 전 사장과 거물급 브로커 남모 씨의 유착 관계는 검찰 수사로 새롭게 드러났다. 불교계에 깊은 인맥을 둔 남 씨는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각종 문제를 해결해주고 대가를 받는 이른바 ‘로비스트’로 조사됐다. 강 씨 소개로 남 씨를 만난 민 전 사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청 수사 진행 상황을 알아봐주고 이를 무마해 달라”고 부탁했다.

검찰은 이 대가로 민 전 사장이 남 씨의 지인 지모 씨가 운영하는 D건설사에 117억 원대 ‘내장산 연수원 신축공사’ 일감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KT&G가 보유한 기존 연수원은 이용률이 30%를 채우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 씨는 이 대가로 2013년 7월경 서울 종로구 조계사 다실에서 지 씨에게서 5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김석우)는 남 씨가 민 전 사장 청탁을 받은 뒤 접촉한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A 씨를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을 협력업체에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할 예정이며, 백 사장도 범인 도피 의혹 등과 관련해 소환할 계획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kt&g#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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