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경감대책 “생활 밀착”… 공직개방 확대 “내실 부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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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정책평가]<4>사회복지분야 10대 정책

사회복지 분야는 국민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 생활 밀착형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위를 차지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척결 대책’은 많은 국민이 느꼈을 불편과 두려움을 해소해줬다는 점에서, 2위인 ‘의료비 경감 대책’과 3위인 ‘한부모자녀 양육 지원’은 수혜 대상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개혁, 종합대책 등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내실이 미흡하거나 정치적 성격을 띤 정책은 낙제점을 받았다.

○ 국민의 불편과 두려움 해소

금융감독원은 금융사기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기 위해 7월부터 보이스피싱 사건의 실제 통화 내용을 ‘그놈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공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개 4개월 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넘겼고, 검찰이나 경찰을 사칭하는 사기범의 능청스러운 목소리와 호통을 치거나 차분히 타이르기도 하는 피해자의 다양한 대처법도 관심을 끌었다. 또 금감원은 △대포통장 거래자에 대한 처벌 강화 △대포통장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100만 원 이상이 입금되면 30분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 이용 금지 등의 조치를 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월평균 181억 원에 이르던 금융사기 순 피해액은 7월부터 10월까지는 월평균 89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은 건 국민의 불편과 두려움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실질적인 피해를 줄였다는 점에서다.

○ 의료비 경감, 수요자 만족도 높아

보건복지부의 의료비에 대한 가계 부담 경감 정책도 상위권에 올랐다. 올해 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에 대한 보장범위를 확대했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환자가 모든 진료비를 지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했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9월부터 복지부는 선택의사 지정 비율을 80%에서 67%로 낮췄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4인실 병실을 현재 50%에서 70%로 늘리도록 했다. 이로 인해 환자 부담금은 연간 26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정책은 현재 수요자가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특히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은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정책을 통해 현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해온 ‘한부모자녀 양육 지원’ 정책은 지원 대상과 목표가 명확하다는 점이 주효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진행한 양육비 이행확보 종합지원 서비스 덕택에 그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한부모가정이 실질적 도움을 받았다.

○ 잡음 많은 정책은 낙제점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구조 개혁’, 복지부의 ‘금연종합대책 추진’,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인사혁신처의 ‘국민인재채용 및 공직개방 확대’ 정책은 모두 2.66∼2.87점을 얻어 ‘보통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순위에서는 모두 30위 밖이다. 국민이 체감하기 힘들고 추진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많았다.

특히 ‘국민인재채용 및 공직개방 확대’ 정책은 이 분야 평가대상 정책 10개 가운데 10위에 그쳤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2000년부터 과장급 이상 공무원을 민간에게 개방하는 ‘개방형 직위 제도’를 시행한 후 올해에는 경력개방형 직위, 민간 스카우트 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아직도 민간 임용률이 10%대에 그치는 등 관련 정책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결과물을 낳기엔 기간이 짧았다는 점과 오랜 기간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공무원 조직문화 때문에 공직개방 정책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점 등으로 인해 점수가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 한국방송통신대 이선우 교수(행정학과)는 “다만, 공직을 무조건 많이 민간에 개방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해당 자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민간인지, 공무원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정치에 휘둘리지 말아야

복지부가 추진한 금연종합대책은 1월 담뱃값을 올린 이후 크게 이슈가 된 것에 비해 실질적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인 흡연율을 크게 낮추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늘어난 건강증진기금을 흡연자 치료 및 흡연 예방에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복지 분야 평가를 맡은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내용과 상관없이 정치권이 개입됐다고 여겨지는 정책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경제부=신치영 차장 higgledy@donga.com
홍수용 손영일 김철중 기자
△정치부=김영식 차장 조숭호 정성택 윤완준 기자
△사회부=이성호 차장 황인찬 기자
△정책사회부=이진구 차장 김희균 이지은 기자
사회복지분야 평가: 최흥석, 윤견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정책평가#사회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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