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매결연 20주년 제주-하이난성 “관광산업 양보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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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관광 주도권 놓고 기싸움 치열… 의료관광-면세사업 등 경쟁 불가피
서귀포에 크루즈부두 완공 기선제압

중국 하이난성 딩안현에서 열린 국제미식박람회에서 제주향토요리관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와 하이난 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 하이난=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중국 하이난성 딩안현에서 열린 국제미식박람회에서 제주향토요리관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와 하이난 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하고 있다. 하이난=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자매결연 20주년을 맞는 제주도와 중국 하이난(海南) 성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한국과 중국 국민의 우정을 위하여, 2015년 한중 인문교류 테마도시 ‘제주의 날’을 선포합니다.”

지난달 26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목소리가 중국 하이난 성 하이커우(海口) 시 문예대극장에 울려 퍼지자 중국 측 참석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류츠구이(劉賜貴) 하이난 성장은 “두 지역 모두 풍부한 관광자원과 인문자원, 우호협력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제주발전연구원, 제주관광공사, 한라도서관, 제주도연합청년회 등은 현지에서 하이난 성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한중 교류 활성화

제주에서는 이번 행사 때 180여 명의 방문단이 하이난 성을 찾았다. 하이커우 시 지역 축제로 시작해 성급 축제로 성장한 제16회 환러제(歡樂節) 행사에 맞춰 설치된 제주홍보관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딩안(定安) 현에서 열린 국제미식박람회에서는 한국관에 제주향토음식 코너가 따로 마련됐다. 돔베고기(삶은 돼지고기), 돼지고기적갈, 오메기떡 등 생소한 음식을 맛보려는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제주가 하이난 성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이다. 이후 섬관광정책포럼(ITOP)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교류 행사를 열었지만 양 지역이 대대적으로 행사를 치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난 성이 제주도 면적의 19배에 이르고 인구도 14배 규모로 차이가 크지만 비슷한 면도 많다. 관광 휴양지를 지향하는 데다 관광객 대부분이 자국민이고, 자연경관과 다양한 관광시설을 앞세워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이난 성은 각종 제도 개선과 내국인 면세점 도입을 추진하면서 제주도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 섬 관광 주도권 경쟁

두 지역이 섬 관광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기(氣) 싸움도 치열하다. 의료관광, 면세사업, 크루즈산업 등에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이난 성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대대적인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15만 t급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크루즈부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이난 성은 싼야(三亞)에 10만 t급 1척, 15만 t급 2척, 22만5000t급 1척의 접안이 가능한 펑황다오(鳳凰島) 국제크루즈항을 지난해 4월 착공했다.

1997년 제주도와 하이난 성, 일본 오키나와(沖繩), 인도네시아 발리 등 4개 섬이 창립해 지금은 10개 회원으로 늘어난 ITOP의 사무국을 서로 맡아 활성화시키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하이난 성과의 교류를 통해 얻을 부분이 많지만 주도권을 빼앗기고 끌려갈 순 없다”며 “투자 규모나 물량 공세에서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실리를 취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난=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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