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떡볶이 시키신 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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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잔디밭, 심지어 다리 밑에 있어도 장소 불문하고 배달이 가능한 ‘배달의 민족’,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올 5월 열린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몽골 유학생 오양가 씨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음식 배달 시스템에 찬사를 보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배달문화를 환상의 시스템이라며 부러워한다. 서울 이태원에선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들을 상대로 음식 주문과 배달을 대행하는 ‘파란 눈의 철가방’도 등장했다.

▷배달음식은 이유식부터 차례상까지 다채롭지만 그중 짜장면과 치킨은 ‘국대급 메뉴’라 할 만하다. 여기에 남녀노소 세대 불문, 온 국민이 즐겨 먹는 간식 떡볶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수도권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아직은 주문 최소 금액에 따른 시범 배달에 불과하지만 한 회사는 연내 전국 확대를 추진 중이다. 대한민국 최남단 섬을 배경으로 한 통신사 광고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이란 유행어가 나왔듯이 국토 곳곳에서 “떡볶이 시키신 분”을 외치는 배달의 기수를 볼 날도 머지않았다.

▷집집마다 동네 중국집 전단을 냉장고에 붙였던 시절은 가고 배달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배달앱을 활용하는 것이 대세다. 국내 배달앱 시장에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란 문구로 친숙한 토종 기업(배달의 민족)과, 2011년 독일에서 창업한 ‘딜리버리 히어로’의 자회사(요기요, 배달통)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구촌을 무대로 한 음식 배달 서비스의 경쟁이 뜨겁다. 매달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하는 추정 시장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리스트에 작년 말부터 푸드 벤처가 등장했다. 2014년 유럽 최고의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딜리버리 히어로와 중국의 어러머 등이 그들이다. 지난달 아마존도 새 음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와 인근 아마존 고객에게 1시간 내에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일찍부터 외국인들을 사로잡은 한국의 배달문화, 앱 기반 서비스에서도 세계 최강에 오를 수 있게 분발하면 좋겠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배달#배달의민족#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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