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현우]3김 시대를 넘어서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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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김 정치가 한국 정치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59%)가 그 반대 의견(20%)보다 훨씬 많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품은 국민 가운데 62%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호감이 있다고 답했다. 국민은 두 정치 거목을 경쟁뿐만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양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50%를 넘는 것은 이들의 정치역정이 독재정권의 어려운 환경 아래서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민주주의라는 신념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3김 정치시대에 많은 이들이 3김 청산을 외쳤지만 3김이 퇴장한 이후 정치가 나아졌다는 평가는 별로 없다. 오히려 정치 갈등과 혼란이 더 심해졌다는 탄식이 많다. 그 이유는 큰 인물의 역할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과거의 정치를 답습해서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과제 몇 가지를 꼽아 보자. 우선 가신의 정치가 사라져야 한다. 선배 정치인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충성을 바쳐 정치입지를 넓히려는 정치문화는 청산돼야 한다. 당내에서 시각 차이로 계파가 나눠질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묶이는 계파는 구태의 정치이다. 계파가 자신이 보호받고 누군가를 보호하는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인의 충원 과정이 지금처럼 인맥 중심이 아니라 제도화돼야 한다.

또 정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현재 초선 의원들은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국회의원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우리처럼 초선 의원 비율이 항상 3분의 1이 훨씬 넘는 상황에서 초선 의원의 정치학습은 매우 중요하다. 지방정치의 경험이 중앙정치로 연결되는 충원 방식과 정치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그래서 미래에 정치를 꿈꾸는 신인들이 좋은 정치인의 자질과 사명감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당의 안정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양 김은 지지자들을 동원해 새 정당을 만들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정당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후진적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정당체제의 불안은 정당이 당원에 뿌리를 두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 엘리트의 이익 증대 장치가 아니라 유권자와 정치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3김 시대에 만들어진 지역주의 청산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배반의 정치’가 내년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상은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를 시발점으로 한다. 문재인 대표가 당내에서 급격히 리더십을 잃게 된 것도 호남에서 지지율이 형편없이 낮아진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도 그가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이다.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은 자신의 지역적 지지기반을 사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실상 권력지분을 확보하는 데 지역주의만큼 확실한 전략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주의가 ‘묻지 마’ 투표로 나타나는 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유권자들을 권력 확대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여당은 어디에 있는가를 묻게 된다. 야당은 여당을 제쳐두고 대통령과 대립하는 구도에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지역주의에 함몰된 선거와 그 결과로 구성된 국회는 의원 자율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파벌 간 권력다툼에 빠지게 된다. 부디 익숙한 과거 정치문화에 만족하지 말고 잘못된 정치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국회#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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