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통진당 국회의원 직위박탈은 헌재의 월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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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지방의원 지위 인정’ 전주지법 판결 관련 내부문건 논란

전주지법이 25일 옛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였던 이현숙 전 전북도의원이 낸 소송에서 “의원 지위를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이 언론 대응 방향 등을 작성한 내부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법정책실’이 25일 작성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A4용지 4쪽 분량의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 보고(전주지법 11. 25. 선고)’ 문건에는 ‘對(대)언론 대응’ 항목에 “판결 전문 공개 시 보수 언론은…(중략)…전주지법 판결에 강하게 문제제기할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공보스탠스’라는 항목에는 “국회의원 직위 상실에 관한 판단 부분은 보도를 차단해야 함”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전주지법의 판결 결과가 헌법재판소의 옛 통진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직위 상실 결정과 배치돼 언론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부 판결 내용은 보도를 막으라는 취지다.

이 문건은 전주지법 공보판사에게 보내져 ‘공보지침’ 성격을 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건에는 ‘법원행정처-전주지법 간 공보스탠스 공유 완료’란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문건은 전주지법 공보판사가 판결 직후인 25일 오후 지역 주재 기자들에게 설명자료와 함께 e메일로 배포했다. 전주지법 공보판사는 나중에 “이 문건의 보도는 물론이고 본사에 보고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문건에 나오는 대로 전주지법은 최초에 1장짜리 판결 요지만 기자들에게 배포했다가 기자들의 요청이 들어오자 뒤늦게 판결문 전문을 공개했다.

이번 판결에는 지방의회 비례대표는 물론이고 헌재가 직위 상실 결정을 내린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직위 인정 문제도 판단이 내려져 있다. 전주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이 있더라도…곧바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당연퇴직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며…”라고 적시했다.

헌재 결정은 물론이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달 12일 옛 통진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5명이 낸 소송에서 “국회의원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패소한 국회의원 비례대표 5명은 26일 항소했다.

법원행정처 내부문건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지방의원 직위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권력분립 원칙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적었다. 또한 “법관 대상 헌법 교육 시 활용 여부를 검토 예정”이라고 적어 놓았다. 헌재 결정을 ‘월권’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법원의 통일된 견해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부 하급심 판결을 법관 대상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내부문건에 대해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조차 “법관 인사권을 쥐고 있는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확정 판결도 아닌 내부 보고문건에서 특정 하급심 판결을 옹호한 것은 재판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법원행정처#통진당#통합진보당#국회의원#직위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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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 지위를 인정한 전주지법 판결을 옹호하며 헌재 결정이 월권이라는 내용을 담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문건.

25일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 지위를 인정한 전주지법 판결을 옹호하며 헌재 결정이 월권이라는 내용을 담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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