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영달]박원순 시장을 불법시장 만들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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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달 사회부 기자
조영달 사회부 기자
“우리 당 소속 단체장이 맡고 있는 지자체들은 얼마나 잘합니까.”(문재인 대표)

“이런 자리를 한 번 더, 아주 제대로 만드시죠.”(박원순 시장)

19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눈 ‘훈훈한’ 대화의 한 토막이다. 이날 두 사람은 청년 취업난을 주제로 한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전날 문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한 이후 첫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청년들과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주거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고민했다.

간담회 후 문 대표와 박 시장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40분 후 새정치연합은 “박 시장이 ‘문-안-박’ 연대에 뜻을 모으기로 합의했다”며 “당의 혁신과 통합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는 데 박 시장이 공감하고 기득권을 내려놓고 헌신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새정치연합 당원이다. 소속 정당과의 정책 공조를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이다. 현직 단체장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다. 박 시장이 안 의원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현직인 박 시장으로서는 문 대표의 제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박 시장은 전날까지 문 대표의 제안에 “(현행법상) 시장이라 나설 수 없다”며 거절했었다. 이날도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라는 조건을 달았다.

결국 박 시장은 문-안-박 연대 참여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 시장의 선거 개입”이라며 “필요하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현직 시장의 당 지도부나 선거대책위 참여가 가능한가”를 두고 설전이 일었다. 앞으로 당이 박 시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요구할수록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오직 서울, 오직 시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당선 이후 건배를 해도 ‘오직 서울, 오직 시민’만을 외쳤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서울시장 잘하고 있는데…. 일 좀 하게 해 달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박 시장에게 공동지도체제 제안은 너무 이기적인 발상이 아닐까. 제안을 뒤집어 말하면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도와 달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다.

새정치연합이나 문 대표가 ‘정말로 박 시장을 아낀다면’ 그를 서울시정에 전념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훨씬 낫다. 더 이상 박 시장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박 시장에게 ‘서울시정을 등한시한다’는 시민들의 오해를 받게 할 이유가 없다. 시민들은 ‘대권후보 박원순’이 아닌 현장에서 함께 울고 웃던 ‘서울시장 박원순’을 기억한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리면서 자칫 ‘불법 시장’이라는 꼬리표만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
#박원순#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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