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원천특허 선점하라”…정부 R&D혁신, 특허에서 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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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단계서 핵심특허 확보땐 경쟁사 진입 차단하고 사업화 유리
특허청 ‘특허-R&D 연계전략’ 도입… 국가 연구개발 사업 효율화 꾀해

최동규 특허청장(가운데)이 특허청, 한국지식재산전략원 관계자 등과 함께 지난달 경기 양주시의 한 기업체를 방문해 특허분석을 통한 연구개발 성과를 듣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특허청 제공
최동규 특허청장(가운데)이 특허청, 한국지식재산전략원 관계자 등과 함께 지난달 경기 양주시의 한 기업체를 방문해 특허분석을 통한 연구개발 성과를 듣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특허청 제공
최근 한미약품이 신약 연구개발(R&D)로 ‘기술 수출 6조 원’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한미약품의 사례는 R&D 성과를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이런 성과는 R&D 초기 단계부터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 정부 R&D, 지식재산 관점의 혁신 절실

특허청에 따르면 정부 및 산하 공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R&D 투자는 지난해 63조7000억 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세계 최고수준(2013년 기준 2위)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허출원도 세계 4위(2013년) 수준이다. 하지만 연구생산성, 즉 R&D 투자 대비 기술료 수익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원천기술, 핵심 특허 부족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정부 R&D가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다고 지적한다.

원천 핵심 특허를 확보하면 경쟁사의 진입을 차단하는 한편 기술 이전과 사업화 때 기술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는 삼성-애플 특허 분쟁 사례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애플의 주요 기술 중 하나인 핀치투줌(사용자가 하나의 손가락만으로 화면을 상하로 움직이거나 한 번에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 축소하는 기능) 기술의 최초 아이디어는 2006년 제시됐다. 애플은 이를 전 세계에 등록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의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정부 R&D 혁신의 단초, 특허에서 찾는다

R&D 결과물 정도로만 여겨지던 특허는 이제 기술의 가치를 배가할 수 있는 전략적 도구가 됐다. 특허청은 R&D 초기부터 특허에 대한 사고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허-연구개발 연계 전략(IP R&D)’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은 ‘돈이 되는 핵심 원천 특허’를 획득하도록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특허청은 이런 IP R&D 방법론을 국가 R&D 전 주기에 적용해 국가 R&D의 효율화를 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과제 발굴 기획 단계부터 R&D 성과물 관리까지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과제 발굴(국가 특허 전략 청사진 구축), 과제 기획·선정(특허 기술 동향 조사), 연구 수행(특허 전략 지원), 성과 관리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특허 관점의 유망 기술 173개 중 69%(119개)가 각 정부 부처 기획 과제로 반영됐다.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특허 기술 동향 조사 사업 성과 분석에 따르면 우수 특허 비율은 1.21배 증가하고 정부의 R&D 예산도 5420억 원이나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수행 단계에선 정부 R&D 평균 대비 우수 특허 비율은 28% 증가하고 기술 이전 계약당 기술료 수입도 3.7배 늘어나는 성과를 기록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최영찬 박사는 “특허청의 특허 전략 지원 사업을 통해 신규 개발 기술의 가치를 깨닫게 됐고, 기술 이전 등을 통해 더 큰 경제적 가치로 돌려받았다”며 “이제는 R&D 과정 전반에 특허 전략이 반드시 가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동규 특허청장 인터뷰 “특허정보만 잘 분석해도 ‘뜨는 기술’ 파악 가능” ▼

“공공기관 ‘미활용 특허’ 최소화 위해 힘쓸 것”


최동규 특허청장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허 분석을 통한 연구개발(R&D)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게 미래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민간 영역뿐만 아니라 정부 등 공공기관의 특허 분석을 통한 연구개발 효율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의 R&D 특허 분석 사업이란….

“전 세계에는 약 2억 건의 특허가 공개돼 있고, R&D 투자로 매년 새로운 특허도 200만 건 이상 공개돼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허 정보만 잘 분석하면 지금 뜨는 기술이 무엇인지, 경쟁자는 무얼 하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정부 R&D 특허 분석 사업은 신기술의 보고인 특허 정보를 정부 R&D 각 단계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특허 분석으로 원천·핵심 특허 선점이 가능한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해 정부·민간 R&D에 활용토록 제시하는 것이다.”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가장 큰 성과는 R&D가 완료된 과제에 대한 중복 투자를 방지해 경쟁 국가·기업의 현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최적의 R&D 방향을 찾는 것이다. 정부 R&D 과제 관리에서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정부 R&D 혁신을 위한 정책 방향과 계획은….

“정부의 R&D로 창출되는 특허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 미활용 특허 최소화를 위해 출원 전부터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면밀한 특허 확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아울러 공공기관에서 보유 중인 미활용 특허가 많이 있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활용 가능성을 진단하고 제시해 각 기관의 체계적인 특허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특허#특허청#r&d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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