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유전자 편집의 시대… 과학은 축복인가 재앙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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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권복규 원종우 홍성욱 등 지음/336쪽·1만5000원·메디치미디어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호모 사피엔스 씨의 위험한 고민
1818년 발표된 공상과학(SF)소설 ‘프랑켄슈타인’의 부제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였다. 신의 능력에 가까운 과학이라는 힘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했으나 이 창조물이 커다란 비극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19세기 초 과학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경고한 이 소설의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4월 중국 광저우의 중산대 연구실에서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간 배아를 편집하는 데 성공했다. 원숭이 배아를 편집해 연구진이 원하는 ‘맞춤 원숭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니 우월한 유전자로 이뤄진 ‘맞춤 인간’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 모른다. 이뿐만 아니라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에 이어 드론이 등장하며 일상에 대한 감시의 영역은 땅을 벗어나 하늘까지 확대되고 있다. 4족 보행 로봇 ‘스폿’이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개발자가 스폿을 걷어차자 로봇의 ‘인권’이 논란이 됐다.

이 책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는 ‘과학의 폭주’ 시대에 생명, 평등, 자유, 인권 등의 분야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각종 논란을 담았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유전자 편집이 인간의 우열을 낳고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료와 생명윤리 분야를 공부한 권복규 씨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 한국의 방역시스템이 왜 붕괴됐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생명윤리, 물리학, 형사사법학 전공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글을 쓴 덕분에 과학기술에 대한 여러 시각을 읽을 수 있다.

과학기술이 만드는 세상이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이 책에서 다룬 유전자 편집은 재앙이 될 수 있지만 난치병 치료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홍 교수는 진보한 과학기술에 대해 “축복이자 재앙”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취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남긴 메시지를 곱씹게 한다. “사람이 만든 기술들을 책임감 있게 다루지 않았을 때, 그것들은 역습을 할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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