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웃사이더”… 美대선 중심에 선 ‘비주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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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쟁에 염증 느낀 유권자들, 속시원한 대리만족 후보 선호
막말 경쟁 트럼프-카슨 뜨고 ‘부시家 3번째 도전’ 젭부시 고전
“첫 여성대통령이 진짜 아웃사이더”… 힐러리도 ‘인사이더’ 부인하며 가세

“내가 진짜 아웃사이더(주변인)이다.”

2016년 미국 대선을 향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 경선이 어느 때보다 심하게 ‘아웃사이더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분석했다. 뉴욕지역 대표 라디오방송인 WNYC는 최근 특집기획 방송을 통해 “워싱턴 정치 주류에 있던 인사이더(중심인)들은 맥을 못 추는 반면, 워싱턴과 멀리 떨어져 있던 아웃사이더 후보들의 열풍이 뜨겁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기성 정치와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반영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흑인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는 워싱턴과 거리가 먼 그야말로 ‘미국 정치의 아웃사이더’들이다. NYT는 이 두 후보를 ‘반(反)정당인’으로 특징지으면서 “기성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정치를 잘 할 정치인’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속내를 속 시원히 대신 얘기해주는 비정치인’에 만족하고 열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두 후보 모두 이민정책 등에 대한 막말로 떴다는 공통점이 있다. NYT는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반정당인’ 범주에 포함시켰다.

아웃사이더 열풍이 거세지자 워싱턴 정치 중심에 있던 후보들도 ‘아웃사이더 선거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류 중의 주류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달 13일 민주당의 첫 대선 TV토론에서 사회자로부터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아웃사이더를 원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신은 완전한 인사이더 아니냐”라는 기습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최초의 여성 대통령 이상의 아웃사이더가 어디 있느냐”는 말로 순발력 있게 맞받아쳐 ‘준비된 후보’라는 인상을 깊게 남겼다.

저스틴 필립스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민주당 경선 때는 자신이 여성임을 강조하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스 교수는 “유권자들이 아웃사이더를 원하는 건 기존 워싱턴 정치에 대한 냉소와 실망감 때문인 만큼 클린턴 전 장관의 전략은 매우 영리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의 두 아들’로 불리는 젭 부시 전 주지사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간 공화당 경선 경쟁에서 루비오 의원이 우위를 점하는 양상을 띠는 것도 아웃사이더 열풍과 무관치 않다. 아버지와 형에 이어 ‘집안 3번째 대통령’에 도전하는 정치 명문가 출신 부시 전 주지사보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 루비오 의원이 아웃사이더의 면모를 더 지녔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아웃사이더 열풍이나 아웃사이더 선거 전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분명 아웃사이더였지만 워싱턴 인사이더들과 많은 불협화음을 내며 적지 않은 한계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아웃사이더 대통령에 대한 갈망은 이런 아웃사이더 출신 대통령의 한계와 문제점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美대선#미국대선#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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